“플랫폼이 AI인데”…플랫폼만 규제하는 역주행 정책

이재명 대통령 대선 공약인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이 정부의 핵심 국정 사업인 인공지능(AI) 산업 전반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AI 기술과 서비스를 구현하는 핵심 주체가 플랫폼 기업인만큼 플랫폼을 규제 대상으로만 보는 시각은 국가 차원의 AI 생태계 전략과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온플법이 시행될 경우 AI 기반 추천 시스템이나 검색 알고리즘의 투명성 확보를 명분으로 기업의 영업기밀 자산에 해당하는 알고리즘 구조나 데이터 활용 방식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형구 한양대 경영대학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투명성을 요구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알고리즘이나 데이터 활용 방식은 업무상 기밀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에 과도한 공개 요구는 기업 생존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며 “특히 알고리즘 공개는 플랫폼 기업이 주도하는 AI 서비스 개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내 기업의 기술 고도화와 AI 경쟁력 확보를 크게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은 자국 플랫폼 기업에 불리한 국내 규제를 ‘무역장벽’으로 간주해온 만큼 온플법이 시행되더라도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는 적용하지 못하고 국내 기업만 규제를 감내하는 ‘역차별’ 구조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통상 마찰 리스크와 산업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규제 중심 접근보다는 AI 산업의 주축인 플랫폼 생태계를 진흥하고 공정성과 상생이 조화를 이루는 전략적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강 교수는 “AI와 플랫폼은 이제 별개의 영역이 아니다. AI를 구현하고 서비스화하는 주체 역시 대부분 플랫폼 기업”이라며 “AI 자체가 곧 플랫폼이 되는 흐름 속에서 AI와 같이 플랫폼도 국가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AI 3강(G3)을 목표로 한다면 플랫폼 역시 글로벌 3강 수준으로 함께 육성해야 한다”며 “이제는 플랫폼을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 진흥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정책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온플법은 플랫폼이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발생하는 독과점 폐해를 막고 입점한 중소상공인 등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추진되고 있지만 공정한 디지털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 플랫폼 기업을 단순한 규제 대상으로만 삼기보다는 정부가 소상공인 지원 정책을 함께 설계하는 협력 파트너로 인식해야 한다는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실제 네이버나 카카오 등 일부 플랫폼 기업들은 소상공인을 위한 기술 지원, 맞춤형 보험, 경영 컨설팅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있다. 이처럼 규제와 진흥, 사회적 지원을 별개로 두는 것이 아니라 통합된 정책 틀 안에서 유기적으로 결합시켜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