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들 “김밥 한 줄 사려다 두 줄⋯처음보다 더 비싼 안경 고르기도”

30일 서울 노원구 이마트 월계점에서 만난 채모(67) 씨는 마트 내 한 식당 앞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오전 9시 50분. 이마트 개점까지 10분이 남았지만, 이미 ‘오픈 런’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온 30∙40대 주부부터 70대 노인까지 50명이 넘는 사람들이 ‘삼겹살’과 ‘수박’, 두 개의 대기줄로 나뉘어 나란히 서 있었다. 이마트가 8월 3일까지 진행하는 할인 행사 ‘고래잇 페스타’에서 선보인 특가 제품을 사기 위해서였다.
채 씨는 이날 어린 손녀와 함께 왔는데, 집에서 가까운 이마트 월계점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찾는다고 했다. 그는 “오늘 아파트 이웃주민과 함께 수박을 사러 온 김에 밥 한 끼 해결하려고 마트 내 식당을 찾았다”며 “평소에도 마트 내 매장에서 이것저것 사 먹는 편인데 소비쿠폰이 된다니 부담이 덜해졌다”고 말했다.

정부가 22일부터 지급을 시작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처 중 대형마트 3사(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는 제외다. 그럼에도 최근 대형마트를 찾는 소비자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여름방학과 바캉스 시즌을 맞아 여름 특가 먹거리를 장 보러 온 사람들이 가득했다. 이 와중에 식당 등 마트 내 입점(임대) 매장을 이용하면서 소비쿠폰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소비자들이 많았다.
이로 인해 대형마트 3사는 지난주부터 점포 내 임대 매장에서 소비쿠폰이 사용 가능하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대형마트 자체는 소비쿠폰 사용처에서 빠졌지만, 소상공인 임대 매장에서 소비쿠폰 사용차 방문한 고객들이 대형마트에서도 추가 소비를 이어가는 ‘연쇄 소비’를 노린 전략이다.
대형마트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 3사의 총 임대 매장 9900곳 중 소비쿠폰 사용 가능 매장은 총 2660곳으로 전체 임대매장 중 27%에 달한다. 마트별로는 이마트 960곳, 홈플러스 800곳, 롯데마트 900곳에서 사용할 수 있다. 주요 사용처는 미용실, 안경점, 약국, 세차장, 식당, 카페 등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점포다.
이날 이마트 내 임대매장 점주 대부분은 소비쿠폰이 매출 증대에 실질적 도움을 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마트 내 안경점을 운영하는 윤모 씨는 “안경점 고객들이 소비쿠폰 시행 후 2배 정도 늘었고 10명 중 8명 정도가 소비쿠폰으로 결제한다”며 “이곳에 와서야 소비쿠폰 사용처인 것을 알게 된 경우, 애초 사려던 것보다 더 비싼 안경을 구매하는 고객들도 있다”고 전했다.
이마트 내 한식당 관계자는 “현장 결제 고객의 30~40% 정도가 소비쿠폰을 사용한다”며 “김밥을 한 줄만 사 가던 단골손님들도 소비쿠폰 사용 매장임을 알고 나서부터는 2~3줄 더 사 가기도 한다”고 웃어보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대형마트 내 임대 매장에서 소비쿠폰 사용에 대한 인지도는 낮은 실정이었다. 이마트 월계점의 경우, 입구 자동문 앞과 고객센터 안쪽에만 임대 매장 관련 '소비쿠폰 사용처' 안내문이 각각 하나씩만 붙어 있었다. 개별 입점 매장에도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인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간식류 임대매장 소상공인은 “이마트니까 (소비쿠폰 사용이) 안 되는 줄 아는 사람들이 더 많다”며 “매출이나 손님 증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토로했다.

임대매장 사용에 따른 대형마트의 매출 낙수 효과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이날 장을 보러 온 소비자들은 대부분 대형마트에서 소비쿠폰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이마트 정육코너에서 만난 50대 부부는 “대형마트는 소비쿠폰 못 쓰지 않냐”며 “고래잇 페스타 세일 때문에 왔고, 카드 결제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날이 수입삼겹살∙목살 60% 할인 마지막 날이라 오픈 런을 했다는 30대 김모 씨는 “소비쿠폰은 동네 작은 슈퍼나 카페, 편의점에서 많이 쓴다”며 “대형마트에서는 세일 품목만 딱 사서 나오곤 한다”고 말했다.
결국 일부 입점 매장 일부가 소비쿠폰 수혜를 입고 있는 반면 대형마트의 매출은 되레 줄어드는 모습이다. A대형마트는 소비쿠폰이 지급된 첫 주(21~27일) 기준 전월 동기 대비 매출과 고객 수가 약 1% 내외 줄었다. B대형마트는 같은 기간 매출이 약 5% 감소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 고객 유입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A대형마트는 소비쿠폰 도입 후 첫 번째 주말(26~27일) 전체 점포의 입점 미용실 매출이 전주 대비 14%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이곳 관계자는 “장바구니 물가를 안정화하는 할인 행사를 지속해 고객을 점포로 적극적으로 유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