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원고, ‘경제적 이유’ 입국으로 보여”
대법 “근거 증명 책임은 출입국에 있다”
외국인의 난민 신청에 명백한 사유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됐다면 증명 책임은 출입국 당국에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튀니지 국적의 A 씨가 인천국제공항 출입국 사무소를 상대로 낸 난민 인정 심사 불회부 결정취소 소송의 상고심에서 피고 측 손을 들어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원고 A 씨는 2023년 인천국제공항에서 입국해 피고 인천공항 출입국사무소에 난민 인정 신청을 했다. 피고는 A 씨가 난민법 시행령 제5조 제1항 제4호와 제7호에 해당한다며 난민 인정 심사에 회부하지 않기로 했다.
난민법 시행령 제5조 제1항과 제4호와 제7호는 각각 박해의 가능성이 없는 안전한 국가 출신이거나 안전한 국가로부터 온 경우, 오로지 경제적인 이유로 난민 인정을 받으려는 등 난민 인정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 출입국 항에서 난민 신청을 한 사람에 대해 법무부장관이 난민 인정 심사에 회부하지 않을 수 있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A 씨 측은 “2019년 결혼한 이후 남편으로부터 지속해서 폭행을 당했고 이를 이유로 2020년에 이혼했으나, 전 남편이 계속해서 찾아와 폭행했다”며 “경찰에 이를 신고한 경우에도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 씨가 본국에서 받은 위와 같은 위협은 여성이라는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인 신분을 이유로 한 박해로 A 씨를 난민 인정심사에 회부하지 않은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며 소를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남편의 위협은 본국의 국가기관에 보호를 요청할 사유로 보이기는 한다”면서도 “A 씨 대리인은 (전)남편의 여성에 대한 폭력이 심각하고 이에 대한 국가의 보호가 실패하고 있다며 이에 부합하는 다수 자료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A 씨가 처한 상황을 살펴 전 남편으로부터의 위협이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인 신분에서 기인한 박해에 해당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A 씨의 난민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출입국 당국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A 씨의 난민인정 신청 사유로 주장하는 전 남편에 의한 괴롭힘은 개인에 의한 것으로 본국 국가기관에 보호를 요청해야 할 문제”라며 “A 씨는 난민면담 당시 한국에 온 이유에 대해 ‘한국이 살기 괜찮다는 말 등을 듣고 한국에 왔다’고 진술하는 등 A 씨가 경제적 이유로 한국에 온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일단 난민 인정 심사에 회부되면 해당 신청자가 우리나라에 입국해 체류할 수 있게 되고, 이후 난민 불인정 결정을 받더라도 난민인정 재신청과 난민 불인정 결정 취소소송을 되풀이하며 사실상 무한정 체류할 수 있게 된다”며 1심을 뒤집고 출입국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을 뒤집고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난민법 시행령 제5조 제1항 제7호의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 해석하고 적용할 때는 그 신청의 내용 자체에서 법리상 받아들여질 수 없음이 명백히 드러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며 “A 씨가 튀니지 당국으로부터 충분한 보호를 기대할 수 있음이 명백하다고 인정할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A 씨) 전 남편으로부터의 지속적 괴롭힘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거나, 경제적 이유로 난민 신청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하고 있을 뿐”이라며 “원심은 A 씨의 난민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봤다.
이에 “난민 인정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다는 점에 관한 증명책임은 출입국에 있다”며 “원심 판단에는 증명책임과 증명의 정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면서 원심 판결을 파기ㆍ환송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