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에 시장 위축…"움직일 여유 無"
유명무실해진 코넥스…정비 필요성 커져

상장사들이 더 큰 시장으로 이사 가는 ‘이전상장’에 대한 수요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공모시장이 위축되면서 기업가치를 재평가받으려는 유인이 줄어든 데다, 기술력이 있는 기업들이 원하는 시장으로 바로 진입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중간 시장의 필요성도 희미해졌다는 분석이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전상장을 완료한 기업은 단 두 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다섯 곳)보다 절반 넘게 줄었다. 코스닥에서 유가증권시장(코스피)으로 이전한 기업은 없었고,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옮긴 곳은 지에프씨생명과학과 한국피아이엠 두 곳뿐이다. 그간 이전상장 건수는 △2021년 15건 △2022년 7건 △2023년 10건 △2024년 7건으로 유지돼 왔다. 평년에 비해 상당히 저조한 셈이다.
이전상장이란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기존에 상장한 주식들이 더 큰 거래 시장으로 이전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기업이 성장해 더 큰 무대로 나가거나 기업가치를 더 잘 평가받길 원할 때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상위 시장일수록 인지도와 신뢰도가 높은 만큼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 저변이 확대되고 유동성도 나아질 수 있다. 신규 상장과 달리 비교적 심사 절차가 빠르다는 점도 이점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전상장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실적 부담이 커지며 기업 스스로 움직임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상장사들의 실적 둔화는 이전상장 감소의 직접적 배경이 되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2조242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다. 순이익은 1조5625억 원으로 26.8%나 줄었다. 코스피로 이전할 만큼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확보한 기업 자체가 줄어든 셈이다.
공모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다. 상반기 IPO 시장은 위축된 흐름을 이어가며 대형주는 줄줄이 상장 일정을 철회하거나 연기했고, 중소형주도 공모금액이 과거 평균을 밑도는 수준에 머물렀다. 이전상장은 기업설명회(IR) 부담, 상장유지 비용, 심사 대응 등 기업 입장에서 상당한 리소스가 필요한 작업인 만큼, 실익에 비해 부담이 크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평가다.
특히 코넥스 시장은 활력을 거의 잃은 모습이다. 올해 들어 코넥스 상장을 신청한 기업은 전무하다. 기술특례상장 등 제도를 통해 매출이 작아도 코스닥으로 곧장 직상장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굳이 코넥스를 거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코넥스 시장의 상장 문을 열어주는 ‘지정자문인’ 제도 역시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 올해 현재까지 지정자문인 활동 실적은 교보증권 한 건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6건, 2023년 14건에서 크게 감소한 수치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넥스 시장의 정책적 정비나 역할 재정의 등을 논의하는 시장 개편이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