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상장 상태에서 글로벌 대형 제약사(빅파마)와 1조9000억 원에 달하는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해 업계 주목을 받은 알지노믹스가 조(兆) 단위 기업가치로 상장에 도전한다.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가 기술이전 계약 무산, 특허 침해 논란 등 악재로 시끄러운 가운데 알지노믹스 기업공개(IPO)가 분위기 반전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유전자치료제 신약 개발사 알지노믹스는 최근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했다. 대표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다. 통상 예비심사 기간이 영업일 기준 45일인 점을 감안하면 9월쯤 심사 결과가 통보될 전망이다.
알지노믹스는 초격차 기술특례상장(딥테크) 제도를 활용한다. 이는 국가적으로 육성이 필요한 첨단·전략기술 분야 기업의 빠른 상장을 지원하는 제도로, 거래소가 지정한 전문 평가기관 한 곳에서 일정 등급 이상 평가를 받으면 예심 청구가 가능하다. 기존 기술특례상장이 최소 두 곳 이상 평가기관에서 등급을 받아야 하는 점과 비교하면 완화된 조건이다. 알지노믹스가 증시 입성에 성공하면 이 제도를 활용한 첫 번째 사례가 된다.
알지노믹스의 기술력은 이미 입증됐다는 평가다. 지난해 미국의 글로벌 대형 제약사인 일라이릴리와 1조9000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점이 이 같은 평가의 주된 배경이다. 알지노믹스의 핵심 기술은 '트랜스-스플라이싱 리보자임(TSR)'으로, DNA를 건드리지 않고 병의 원인이 되는 리보핵산(RNA)만 선별적으로 제거 및 교체하는 플랫폼이다. 기존 치료제 대비 부작용이 적고 치료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알지노믹스의 기업가치는 지난해 말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 추진 당시 1100억 원 수준이었으나 불과 반년 만에 조 단위로 훌쩍 뛰었다. 특히 알지노믹스가 개발하고 있는 세포·유전자 치료제는 최근 신약 개발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 중 하나로, 상장 후 기업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다만 최근 IPO 추진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기술이전 계약 체결 무효화 등 논란을 겪고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국내 신약개발 기업이 글로벌 빅파마와 조 단위 기술이전 계약을 맺은 사례는 드물어 알지노믹스 기술력은 확실히 입증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바이오 기업들이 특허 침해 등 기술 관련 문제를 종종 겪는 만큼 알지노믹스 실적이나 사업성 등을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알지노믹스가 성공적으로 증시에 입성할 경우 제약·바이오 기업 투자심리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알지노믹스를 시작으로 향후 딥테크 제도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관계자는 "알지노믹스 IPO가 딥테크 기업들의 상장 문호를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