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협상 교착⋯관세 부담 커져
투자확대 필요한데 실탄은 부족
정부 첫 세제개편 '법인세 인상'
규제 입법안에 자금조달길 막혀
재계 "관세 협상에 악재 가능성"

경제계가 미국과 통상 협상이 사실상 교착 상태에 빠지자,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관세 불확실성이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려워 보이는 상황에서 대외협력·대관 부서를 비롯해 미국 현지 인맥과 로비 채널까지 총동원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기업을 옥죄는 반기업 친노조 성향의 ‘진영 입법’과 상법 개정 이어 법인세 인상 등 기업의 손발을 묶는 입법이 폭주하는 터라, 대내외 리스크가 이중, 삼중으로 겹치고 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한미 간 상호 관세 부과 시한이 임박하면서 △대미 투자 △조선업 협력 △농축산물 시장 개방 등이 협상 쟁점으로 지목됐다. 하나같이 국내 산업에 정무적 부담이 얽히고설킨 민감한 사안들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주요 그룹 총수들과 연쇄 회동을 가진 터라 투자 규모와 방식, 상징성까지 포함한 민간 전략 자산이 어떤 조합으로 협상 테이블에 오를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의 지원 요청을 받은 재계는 가용한 현지 투자 규모를 확인했고, 현재까지 집계된 투자 총액은 1000억 달러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협상 결과가 미국 내 사업 기반과 직결되는 만큼, 단순한 협조 차원을 넘어 미래 생존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관세 대응을 위해 현지 생산 등 적극적 대미 투자가 필요하지만, 실적 부진에 빠진 기업들이 추가로 실탄을 마련하기는 버거운 상황이다.
또한 미국 관점에서 제조업 부흥과 중국의 해상패권 견제에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선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이 어떤 협력안을 제시할지도 결과의 향방을 결정할 기준이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구체적인 반대급부 없이 양보만 앞세우면 후속 협상에서 불리한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은 자국 조선업 정상화를 위해 동맹국에 투자와 기술이전, 인력파견 등을 요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국내 조선 ‘빅3’(HD현대·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과의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협력안을 미국에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 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의 핵심이 ‘대기업 감세’ 철회로 압축되면서 국내 기업들은 안팎에서 이중청구서를 받아들게 생겼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현행 24%에서 25%로 다시 높아진다. 증시 활성화를 위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역시 부자 감세 논란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설계된다. 관세전쟁 최전선에 있는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지원해도 모자랄 판에 증세 부담까지 떠안을 판이다.
더욱이 ‘더 센 상법’과 노란봉투법 등 기업의 신규 투자와 경영을 어렵게 하는 규제 입법안이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이미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에 급제동이 걸리고 있다. 자회사 상장이나 유상증자 등 전통적인 자금 조달 방법은 소액 주주들의 반발 우려에 올스톱 된 상태다. 노란봉투법 개정 움직임도 기업 투자를 어렵게 하고 있다. 관세 대응과 기업의 장기 이익을 고려해 대규모 대미 투자에 나섰다가 주주들의 소송이나 노조의 파업에도 노출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의 잇따른 규제 도입으로 대미 투자 집행에 발목을 잡힐 수 있어 자칫 관세 협상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며 “상법 개정과 노란봉투법 등으로 인해 투자 결정 자체가 경영진 줄소송과 노조의 파업 사유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