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는 하락 베팅…상승 베팅의 54배

이달 들어 이차전지주 주가가 미국의 대중 무역 규제 등에 고공행진 하면서 국내 업종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순매수하며 가격을 끌어올렸으나 개인은 하락에 베팅하는 상반된 전략을 취하는 모습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KRX 2차전지 TOP10’ 지수는 15.8% 급등해 거래소 테마 지수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4.0%)보다 네 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이 지수에는 LG에너지솔루션, POSCO홀딩스,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SKC, 에코프로머티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 합계는 한 달 새 약 32조 원(171조720억→203조4760억 원) 증가했다.
지난해 전기차 수요 둔화와 미국의 관세 우려로 약세를 보였던 이차전지 종목은 최근 들어 리튬 가격 반등과 미국의 대중국 무역 규제 강화 등으로 기대감을 키우며 반등에 성공했다. 특히 미국이 중국산 흑연에 93.5%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수혜 가능성이 부각됐다.
특히 외국인이 이차전지주를 대거 순매수하며 주가를 끌어 올렸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LG에너지솔루션, POSCO홀딩스, 엘앤에프 등 주요 종목을 중심으로 매수세를 확대했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반대로, 이차전지주의 하락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이달 개인은 ‘RISE 2차전지TOP10 인버스 ETF’를 215억 원 순매수했다.
정방향으로 추종하는 ‘RISE 2차전지TOP10’ ETF의 순매수액은 4억3000만 원에 그쳤다.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ETF에 투자한 금액이 상승을 기대하는 ETF에 투자한 규모의 54배에 달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9월 이후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되는 데다, 리튬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워 주가 조정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예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가격 인하에 따른 수요 확대, 중국 리튬업체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기 전까지는 리튬 가격의 구조적 성장을 논하기는 이르다”고 설명했다.
다만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의 성장이 향후 배터리 수요를 견인할 수 있다는 기대도 공존한다. ESS는 전기차에 비해 수요 구조가 안정적이고, 단가 또한 높으므로 관련 업체의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원석 iM증권 연구원 “북미 전기차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ESS 시장 내 점유율 확대 여부에 따라 국내 배터리 셀 업체들의 실적 개선 폭은 시장 기대치를 웃돌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