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의 시사직설] 자본주의 경제질서 거스르는 상법 개정

입력 2025-07-2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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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前 강남대 교수(경영학) / 현 '자교모' 공동대표

외국자본의 경영권침탈 우려 커져
소송남발 등으로 기업자율에 족쇄
경영활동 죄악시하는 정서 바꿔야

최근 이재명 정부의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사외이사의 독립이사로의 변경, 감사위원 선출시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대규모 상장회사 전자주주총회 도입 등이 골자이다. 이 네 가지 조항 중 어느 것 하나라도 기업경영상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해치지 않을 것이 없을 정도다. 대한민국에서는 기업경영을 죄악시한다는 것을 명기한 것 같은 느낌이다.

우선 이사진은 지배주주에 의해 임명되고 회사의 이익을 위해 충실해야 한다. 그런데 일반 소액주주나 경영권에서 소외된 2차 대주주의 이해관계까지 이사가 고려해야 할 경우 책임경영체제는 유지되기 어렵다. 물론 현 정부에서 대주주의 재산 빼돌리기(tunneling)나 지배주주에 의한 소액주주 이익 침해를 방지하고자 하는 지배구조상 고려를 감안한 것인 줄 십분 이해한다. 그러나 구태여 이를 방지하기 위해 상법상 명문화하지 않더라도 불법적인 회사 자산 유출은 얼마든지 현행법 체계 내에서 처벌 가능하다.

또한 최근 필자의 앞선 두 칼럼(5월 20일자 ‘발등의 불이 된 중국의 기술 탈취’, 6월 26일자 ‘유럽의 불편한 진실 中 자본의 침투’)에서 보았듯이 자칫 중국 등과 같은 외국자본의 경영권 침탈에 이용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 중국자본은 5% 미만만 취득하여도 경영진에 대한 뇌물, 협박 등 온갖 편법적 방식을 동원하여 경영권 장악을 시도 중인 것은 이미 세계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부차적으로 소액주주들에 의한 잦은 경영진 상대의 고소·고발이 횡행할 수 있어 자율적 기업경영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

사외이사를 독립이사로 명문화하며 그 비율을 현행 4분의 1에서 3분의 1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물론 회사 내 대리인 문제 방지, 사외이사의 일방적 지배주주 편들기를 시정한다는 옹호론자들의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예컨대 현 경영진에 적대적 목적을 갖는 특정 단체의 이사진 입성 또는 정부에 의한 기업 길들이기가 노골화되는 부작용이 우려될 수 있다. 이는 아직도 개선이 부족한 민간금융기관의 관치금융 실태를 보면 알 수 있다. 또한 이 조항도 첫 번째 조항과 마찬가지로 주요 기업에서의 중국 등 해외 경영권 침탈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셋째, 감사위원 선·해임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각각 소유주식의 개별적 3% 의결권 제한에서 합산 3% 의결권 제약으로 지정한 것은 지배주주의 기업경영권 박탈과 다름없는 중차대한 문제다. 지배주주는 총체적으로 3%의 의결권밖에 없어 결국 감사위원은 지배주주와는 이해관계가 전혀 없거나 지배주주와 적대적 관계 단체 측에서 감사위원을 독식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당연히 이러한 독소조항으로 기업의 순발력 있는 경영권 행사가 불가능하다.

대규모 상장회사의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또한 현재 우리 투표 제도에 있어 심각한 문제가 제기되는 선거관리위원회 전산 서버의 조작가능성 우려와 같이 외부에서 비단 전산 해킹이 아니라 하더라도 사전 경영진과의 충분한 숙고 과정 없이 무절제한 충동적 의사결정이 현실화될 수 있다. 물론 참가형 주체들의 완전한 투표권 확립이라는 명제는 겉보기에는 소위 ‘경제민주화’라는 슬로건에 합당한 듯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지배주주에 의한 독립적 경영환경 구축이 한번에 무너질 수 있다. 예컨대 사규 개정을 통해 회장보다 더 큰 보수를 받고 신사업 담당자를 채용하는 경우 일반 소액주주의 불평등성 지적과 같은 표피적 구호에 의해 기회가 박탈될 수 있다. 적어도 회사의 주주라면 직접 오프라인으로 참여하는 수고를 거침으로써 권리에 따른 책임을 준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상법 개정안은 한마디로 자본주의 경제질서를 송두리째 앗아갈 수 있는 위험요인을 내포함과 동시에 우리나라에서 기업활동을 하는 경영인들을 자칫 죄인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포퓰리즘에 근거한 기업 옥죄기 법안이라 할 수 있다. 애덤 스미스가 지적한 ‘자기 이익(self interest)’의 추구라는 점이 곧바로 기업의 목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굳이 재론하고 싶지도 않다. 중국과 같은 국가사회주의의 기업침탈을 보다 용이하게 해주는 동 법안은 자칫하면 한국기업들의 해외도피 추구, 유능한 노동인구의 실직화 등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기업 경영은 죄악이 아니다. 기업경영에 적용되는 도덕 기준을 자칫 사회적 형평성 강화라는 굴레로 제약할 경우 나라의 존망이 위태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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