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에는 높은 기온과 습도로 세균 번식이 활발해진다. 식중독, 피부질환 외에도 구강 내 세균 증식으로 충치와 잇몸 질환의 위험도 커진다. 더위에 지친 기력을 회복해주는 여름 간식을 즐기는 동시에, 치아 건강을 위한 생활 수칙을 숙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치아우식증(충치)은 치아의 표면 조직인 법랑질이 부식되면서 구멍이 생긴 상태를 말한다. 법랑질은 산성 환경에 취약한데, ‘산(acid)’은 입 안에 있는 세균이 당을 분해하면서 발생시킨다. 대개 어린이나 청소년은 어금니의 씹는 면(교합면)에서, 성인은 치아 사이에서 충치가 잘 발생한다. 충치로 인해 치아가 본격적으로 파괴되면 거울로 관찰할 때 검은색 혹은 갈색 공간이 보이기도 한다.
충치가 상당히 진행돼 치아 구조가 심하게 파괴되면, 가만히 있어도 심한 통증이 느껴지며 음식을 씹기 어렵게 된다. 특히 치아의 가장 내부에 위치한 신경조직인 ‘치수’까지 치아우식이 진행되면 치통이 극심해진다. 이 단계에서는 치아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할 수 있다. 불편함이 느껴지면 미루지 말고 빠른 시일 내 치과 진료를 받아야 하며,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도 필수다.
충치는 여름철에 더 쉽게 생길까? 실제 통계에 따르면 해마다 충치 환자가 가장 많은 시기는 7~8월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연중 충치 환자가 가장 많은 달은 2022년의 경우 8월(80만8408명), 2023년도 마찬가지로 8월(80만9408명)로 확인됐다. 2024년의 경우 1월(81만2781명)과 근소한 차이로 8월이 2위(79만6772명)였다.
김현정 경희대학교 치과병원 보존과 교수는 “치아 표면에 붙어 있는 충치 원인균이 구강 내로 유입된 당분과 만나면 이를 분해하면서 유기산을 생성해 충치 발생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라며 “과도한 당 섭취는 충치균에게 먹이를 주는 것으로 당도가 높은 과일, 아이스크림, 탄산음료 등 간식 소비가 증가하는 여름철에는 각별한 구강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여름철 구강 관리에 도움이 되는 핵심은 충분한 수분 섭취다. 침은 산을 중화하고 치아를 단단하게 해 충치를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더위로 인해 탈수 증상이 나타나면, 체내 수분이 부족해지고 타액 분비가 줄어들어 구강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 교수는 “여름에는 특히 더위를 식히기 위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물처럼 마시게 되는데, 커피는 산성이 강하고 이뇨작용을 유발해 입안을 더욱 건조하게 만든다”라며 “과도한 섭취는 지양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구강 내 세균은 충치뿐만 아니라 잇몸에도 염증을 일으킨다. 입속 잔여물에서 증식한 세균이 치태를 형성하고, 장시간 누적되면 딱딱한 치석으로 변해 잇몸에 염증을 유발한다.
김 교수는 “임플란트, 틀니 등 보철물을 낀 환자는 충치가 생기지 않는다고 구강 관리에 소홀할 수 있으나 잇몸 경계부위에 나타나는 임플란트 주위염 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라며 “구강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올바른 양치질’로 횟수나 시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치아의 모든 면을 꼼꼼히 닦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효과적인 양치법은 ‘변형 바스법(modified Bass technique)’이다. 칫솔을 치아 축에서 45도 각도로 기울이고, 칫솔모 끝을 잇몸선 아래로 닿게 한 뒤 잇몸과 치아 표면을 함께 문지르면 된다. 칫솔은 부드럽거나 중간 정도의 모를 선택하는 것이 좋으며, 치실 사용, 구강 청결제 등을 병행한다면 구강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