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한국, 車관세 인하 위한 ‘일본식 무역합의’ 추진…美상무는 4000억 달러 제안”

관세율 15% 적용 목적으로 협상
대미 투자, 미국산 제품 구매 확대 등 일본 따를 듯
일본과 경제 규모 차이 두 배 이상, 부담 불가피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가운데)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막판 통상 및 관세 협상을 위해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자동차 관세를 인하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식 무역합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D.C.에서 25일 예정됐던 ‘2+2’ 회담이 무산된 가운데 내달 1일 전까지 한국이 관세 협상을 마무리 지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한국이 자동차 관세 인하를 위해 미국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 내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펀드를 조성하는 것을 놓고 미국과 논의 중이다. 전날 일본이 미국과 체결한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앞서 일본은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5500억 달러(약 754조 원) 규모의 펀드를 마련하는 데 합의했다. 관세 인하 대상에는 일본 수출의 핵심 품목 중 하나인 자동차도 포함됐다.

한국 역시 자동차를 포함한 관세율을 15%로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한국이 핵심 산업 분야에서 미국산 제품을 추가 구매하겠다는 약속이 협상안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역시 일본이 보잉 항공기와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기로 한 합의 내용과 유사하다.

블룸버그는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한국과의 협상에서 4000억 달러 규모를 제안했다고 했다. 앞서 러트닉 장관이 일본에 제안한 것도 같은 금액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5500억 달러로 증액했다. 다만 경제 규모에 있어 일본이 한국의 두 배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한국이 같은 규모의 지원을 약속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그렇다고 합의하지 않을 수도 없다. 이미 일본이 합의한 상황에서 한국이 합의하지 못하면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에 경쟁 우위를 내줄 위험이 있다.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의 윌리엄 추 연구원은 “(일본 합의는) 한국에 정말 큰 부담”이라며 “한국이 15%를 확보한다면 분명 기쁘겠지만, 일본과 처한 상황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미국도 이를 알고 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독일산 자동차는 이제 일본산보다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독일차에 25% 관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라며 “한국 현대차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