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3강 도약을 목표로 민관이 머리를 맞댔다. 업계와 학계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국내 AI 데이터센터를 활성화를 위한 방안들을 제언했다. 이에 정부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빠르게 수급하고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화답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4일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첫 현장 행보로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세종’을 찾았다. AI 관련 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산업 전반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실질적 방안을 모색한다는 취지다. 이날 현장 간담회에는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를 비롯해 이준희 삼성SDS 사장과 하민용 SK텔레콤 부사장, 김세웅 카카오 부사장, 최지웅 KT클라우드 대표, 김동훈 NHN클라우드 대표, 박성율 LG유플러스 혁신그룹장 등 AI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배 장관은 “2∼3년 안에 (AI 3강 도약의) 승부를 봐야 할 것으로 보이고, GPU를 1∼2년 안에 얼마나 빨리 마련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올해 (GPU) 1만개, 5년 간 공급 계획을 갖고 있는데 빠른 시간 안에 최대한 GPU를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GPU 1만장을 먼저 확보하고 단계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시기를 빠르게 당기려고 논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한 목소리로 AI 3강에 도약하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국가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데이터센터 관련 규제 개선, AI 인프라 확충, AI 모델 개발·보급 및 AX 지원 등 여러 방안을 논의하고 국가 AI 발전과 미래를 위해 적극 지원하기로 뜻을 모았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AI가 국가 산업을 견인할 새로운 수출 품목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인다”며 “단일 기업의 경쟁이 아니라 한국 기술의 규모와 깊이를 키우기 위한 융합의 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최지웅 KT클라우드 대표는 “상업용 데이터센터만 25년째 운영해온 입장에서 지금의 인허가 구조로는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며 “고밀도 GPU 수용 설계를 하려면 물·전기·냉각 환경에 맞춘 유연한 기준이 필요하지만, 현재는 설계 변경 때마다 규제에 막혀 있어 AI 인프라 수요를 따라잡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김세웅 카카오 부사장은 “데이터센터를 하나 지으려면 민원과 규제가 여전히 만만치 않다”며 “AI 인프라에도 세제 혜택과 민관 협력 모델이 시급하다. 정부 주도의 인프라 전략과 민간 참여 방식을 병행할 수 있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력 문제 또한 언급됐다. 하민용 SK텔레콤 부사장은 “AI 전환에 필요한 전력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신재생 중심의 전력 생산지는 수도권에서 멀다”며 “전력구매계약(PPA)을 한시적으로라도 허용해야 지역 분산이 가능하다”고 했다.
배 장관은 “AI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설비가 아니라 한국 AI 산업의 운명을 좌우할 출발점”이라며 “GPU 확보부터 인허가 간소화, 민원 대응까지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민간과 최대한 협의해 풀어가겠다. 규제를 풀되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유연한 생태계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