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병원 대신 경남 산청 수해 현장으로 출근합니다.”
23일 오전 9시, 부산 온병원그룹 의료진과 그린닥터스 봉사단이 기록적 폭우로 큰 피해를 입은 경남 산청군으로 출발했다. 목적지는 병원이 아닌, 텐트촌으로 변한 수해 이재민 대피소였다.
이번 수해로 전 군민 대피령이 내려진 생비량면과 산청읍 일대에는 노약자 중심의 이재민들이 남겨진 채 극심한 무더위 속에서 복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에 온병원(병원장 김동헌)과 국제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재단(이사장 정근)은 의사 8명, 간호사 10명, 봉사단 12명 등 40명 규모의 긴급의료지원단을 꾸려 수해 지역을 찾았다.
고령 이재민 맞춤형 의료…“진료보다 위로가 더 중요했던 하루”
의료지원단의 핵심은 온요양병원 노인진료팀이었다. 실제로 의료진 구성도 김동헌 병원장을 비롯해 내과·외과·소아청소년과·한방·안과 등 다양한 전공의들이 총출동했다. 간호사들 역시 혈관 찾기에 능숙한 '주사 베테랑'들이 대거 투입돼, 고령자 중심의 이재민들에게 고급 영양제 주사와 응급처치를 제공했다.
진료소가 마련된 생비량초등학교 체육관에는 20여 가구의 이재민이 텐트를 치고 임시 거주 중이었다. 수해 후유증으로 두통, 복통, 고혈압 증세를 호소하는 주민들이 줄을 이었고, 일부는 한방침술 치료로 몸과 마음을 달랬다. 그린닥터스는 미얀마 지진 당시 사용했던 비상 응급키트를 꺼내 소염진통제, 감기약, 연고, 파스 등을 배포했다.
의료진은 오후에도 산청중학교와 읍내 주민센터로 이동해 진료소를 열고, 복구 작업에 지친 이재민들을 상대로 진료보다 위로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현장에는 응급약품 외에도 생필품 지원도 이어졌다. 라면 30박스, 물티슈 200개, 여성복 50박스, 현금 500만 원이 전달됐다. 그린닥터스 정근 이사장은 "고향이 산청이라 뉴스로 수해 현장을 볼 때마다 마음이 찢어졌다”며 “몸보다도 마음을 다친 고향 어르신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김동헌 병원장도 "계곡물이 벌람했던 당시를 회상하며 몸서리친다는 이재민이 많았다"며 "지금 필요한 건 외상 치료뿐 아니라, 트라우마 회복을 위한 정서적 돌봄"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