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가 쿠데타 주도…이는 반역죄”
오바마 측 “관심 돌리기 위한 궤변”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과 관련된 논란인 이른바 ‘엡스타인 파일’의 사건 자료를 비공개 처리하기로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한 의혹 제기로 국면전환을 노리지만 쉽지 않은 분위기다.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엡스타인 관련 질문에 답하던 중 오바마 전 대통령을 거론했다.
그는 2016년 자신의 선거 캠프가 공모해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을 유도했다는 ‘러시아 게이트’가 오바마 전 대통령이 꾸민 일이라며 수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게이트에) 오바마가 직접 관련돼 있다. 그는 유죄이며, 이것은 반역죄에 해당한다”라면서 “오바마는 쿠데타를 주도했다”라고도 발언했다.
앞서 18일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2016년 당시 오바마 행정부 인사들이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한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정보를 조작했다면서 관련 자료들을 공개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오바마 전 대통령이 연방수사국 요원들에게 체포되는 장면을 담은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가짜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다만 2016년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은 러시아가 미 대선에 개입하고자 하는 의지는 있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2019년 로버트 뮬러 당시 특별검사는 러시아의 대선 개입 시도에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나 캠프 측이 어떠한 공모도 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갑작스레 오바마 전 대통령 때리기에 나선 것은 엡스타인 의혹과 관련해 자신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관심을 돌리는 국면전환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엡스타인 사건과 관련한 비판을 겨냥하듯 “일종의 마녀사냥이 계속되고 있다”라며 “언론이 해야 할 마녀사냥은 내가 아닌 오바마 전 대통령을 잡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엡스타인 파일 공개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것에 대해 공화당 내 정치인들이 분열하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나왔다”라면서 “엡스타인 사건에 대한 여론의 관심을 떨어지도록 하기 위한 시도이며 이를 위해 법 집행기관까지 정적 제거에 활용하고자 하는 그의 의지가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변인 패트릭 로덴부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괴상한 주장은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한 어처구니없는 시도”라며 “공개된 자료 중 어떤 것도 러시아가 2016년 미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 했으나 투표 조작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이미 수용된 결론을 바꾸지 못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