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노동장관의 편향된 ‘노란봉투법’ 인식

입력 2025-07-2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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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설 한국좋은일자리연구소장/일자리연대집행위원장

‘노동 3권’의 헌법가치 강조하지만
재산권과 조화 이뤄야 비로소 균형
공정한 중재자로서의 행정 절실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강성노동운동을 펼치는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그는 파업조장법이란 비판을 받고 있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 3조 개정안)에 대해 “천문학적 손해배상과 극한투쟁의 악순환을 끊는 대화촉진법이자 격차 해소법”이라며 “장관이 되면 곧바로 노란봉투법 입법이 추진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노란봉투법은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법이 아니고 불법의 근원을 제거해 현장에서부터 노사 자치를 실현하고 신뢰를 쌓는 법”이라는 말도 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노란봉투법이 없었기에 불법파업이 벌어졌고 천문학적 손해배상이 물려졌다는 주장인가. 궤변에 가까운 논리다.

기업의 손배청구와 노조의 극한투쟁 악순환은 노동관계법에서 불법파업을 부추기는 작업장 점거농성을 허용하고 있는 데다 불법파업에 대한 엄정 대응이 없었던 게 주요 요인이다. 선진국에서처럼 작업장 점거 금지, 대체근로 등이 허용되고 불법파업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강력히 대응해 왔다면 불법파업과 손해배상 청구의 악순환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노동운동 강국이었던 독일,영국,프랑스 등에서 파업이 급격히 줄어든 것은 노란봉투법과 같은 제도를 시행해서가 아니라 노조의 무분별한 집단행동권 행사를 무력화시켰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는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나라도 없고 원청이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하청노조들과 교섭을 벌이는 나라도 없다. 결국 노조의 극한투쟁은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집단행동을 통해 제몫을 극대화하려는 민주노총 중심의 전투적 이기주의의 산물인 셈이다.

노란봉투법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그는 헌법가치까지 들먹였다.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가치가 현실과 불일치하는 부분이 많아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노란봉투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편향된 인식의 표출이다. 우리 헌법은 노동3권뿐만 아니라 기업의 재산권도 보장하고 있다. 그러기에 노조의 불법파업으로 인한 기업의 손실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기업의 재산권 침해를 용인하는 노란봉투법은 노동3권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에 위헌소지가 다분하다. 그는 또한 “불법의 근원이 되는 현실과 헌법 가치의 불일치를 조속히 해결하는 것이 국무위원의 자세라고 생각한다”며 노란봉투법을 ‘절대적’ 해법으로 제시했다. 균형잡힌 정책을 펼쳐야 할 노동행정 수장으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노사관계와 관련한 고용노동부의 핵심 역할은 공정한 중재자로서의 정책을 펼치고 노사 간 갈등을 원만하게 조정하는 일이다. 그런데 그는 파업조장법이란 비판을 받는 노란봉투법을 노사갈등을 해결할 만능열쇠처럼 여긴다. “기업의 우려를 최소화하고 현장에 안착될 수 있는 방법을 다각도로 고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그의 스탠스는 ‘빠른 시일 내 입법’으로 굳어져 있는 듯하다.

노란봉투법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 책임 확대,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 쟁의행위 범위 확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경영계는 이 법이 시행되면 노사갈등과 불법파업으로 인해 산업현장이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금도 노사현장은 폭력과 사업장 점거를 통한 불법파업으로 인해 큰 손실을 입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자동차 조선 철강 등 하청업체가 많은 산업은 극심한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경영계는 노란봉투법은 김 장관이 기대하는 대화촉진법이 아니라 ‘불법파업 촉진법’이 될 것으로 걱정한다.

김 장관은 민주노총 위원장 시절 “빨간 머리띠 풀고 쇠파이프를 휘두르지 않는 노동운동을 펼쳐 민주노총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고 다짐한 적이 있다. 민주노총의 강성 노선이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지금 이재명 정부의 핵심과제는 노동 개혁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제고하고 청년들에게 괜찮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고용노동행정 수장이 노사 간 균형 있는 사고와 안목을 갖고 고용노동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강성노동운동을 지향하는 민주노총과 노동계 출신 민주당 의원들의 눈치를 보면서 파업조장법 같은 정책을 펼쳐서는 노사갈등만 부추길 뿐이다.

지금까지 노동운동가 출신 노동장관이 여럿 있었지만 모두들 노사 간 힘의 균형과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염두에 두고 노동행정을 펼쳐왔다. “아직도 노동운동가냐”는 비판을 받는 김 장관은 노동행정 수장으로서 역할과 책무가 무엇인지부터 생각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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