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서 316쌍 '우정 결혼'
다양성 존중⋯제도 마련 목소리↑

일본에서 시작한 ‘우정 결혼(friendship marriage)’이 북유럽과 북미 등으로 확산 중이다. 상대적으로 결혼 제도에 보수적인 중국에서도 유사한 개념이 퍼지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소개했다.
일본에서 '우정 결혼'이란 사랑하는 감정 없이 친구 사이로 시작해 결혼하는 부부다. 이들은 법적인 부부로 살아가며 법적ㆍ제도적 혜택을 누린다. 사랑보다는 유대와 실용성을 바탕으로 가족의 형태를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다만 하나의 공간에서 남녀가 공동으로 거주하는 형태는 여느 결혼 가정과 유사하다. 사랑하는 감정은 물론 부부관계도 없이 동거를 이어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성소수자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일본의 비영리 결혼 중개업체 ‘컬러어스(Colorus)'는 약 316쌍의 우정 결혼을 성사시켰다. 이들은 제도적 동반자로서 세금 감면과 주택 임대, 의료적 결정 권한 등에서 협력하며 산다. 이곳에 가입한 남성 회원의 80%가 게이다. 여성 고객의 90%는 무성애자다. 무성애자나 동성애자, 연애나 성생활에 관심이 없는 이들은 기존의 결혼 제도 대신 대안으로 우정 결혼을 선택한 셈이다.
이들은 결혼이라는 제도적 틀은 유지한다. 다만 감정적ㆍ육체적 관계를 배제한 실용적 동반관계를 유지한다. 이들은 ‘사랑 없는 결혼은 비정상’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각자의 가치와 생활 방식에 따라 결혼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일본 사회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처럼 결혼 제도의 재정의가 이어지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5월 “중국에서는 소수이기는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젊은이가 ‘가장 친한 친구’와 결혼하고 있다”며 “이들 사이에서 낭만적인 사랑이나 남녀 사이에 성관계는 이뤄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출산 비율 급락과 인구 고령화에 직면한 중국은 2023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공격적인 결혼 장려 프로그램과 정책적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결혼 과정에서 주택 구입까지 정부가 일부를 지원한다. 우정 결혼 부부는 법적인 결혼을 통해 이런 혜택을 누리려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를 놓고 '위장 결혼'의 또 다른 행태일 뿐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구보타 히로유키 니혼대학 가족사회학 교수는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정 결혼은 남녀의 사랑이나 성적인 욕망을 배제한 채 국가의 ‘사회보장’ 혜택을 위해 실용적으로 결혼하는 형태”라며 “결혼과 출산 비율이 내려가면 국가 차원의 지원과 혜택이 증가하고 이 혜택을 얻기 위한 우정 결혼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