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외환위기 당시의 신자유주의적 개혁 이후 국내 경제주체들의 투자 행태를 보면, 대체로 후자보다는 전자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리고 그 결과는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바와 같이 저성장과 국민후생 저하다.
다행히 최근 자산시장에서 변화의 계기가 형성되고 있다. 투자자금이 부동산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머니 무브’가 시작된 것이다.
우선, 부동산가격 상승 기대가 약화되면서 부동산시장에서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 지방의 경우 인구 감소 등으로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뚜렷이 위축되었다. 비록 수도권에서는 일시 주택가격이 급등하였으나 최근 정부의 주택관련 대출 억제 조치로 진정세에 접어들었다.
둘째, 금년 들어 주식시장이 호조를 이어가면서 시중 투자자금을 흡수하고 있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및 상법 개정 등이 이에 기여하였다. 향후 자본시장법 등의 개정을 통해 대주주의 불공정행위, 쥐꼬리 배당 관행 등을 일소한다면 주식시장의 중기적 상승과 주식시장으로의 머니 무브가 이어질 것이다.
과연 이 ‘뷰티플 머니 무브’가 꾸준히 진전되어 우리 자산시장이 선진국형으로 진화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수십 년간 우리 경제의 혁신기반 성장을 가로막아온 부동산 불패 신화를 종식시켜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이것을 달성할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 이미 지방에서는 부동산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크게 줄었고 인구 감소 추세로 향후 재연될 가능성도 낮다.
수도권의 경우 부동산가격이 관련 대출 증가 없이는 상승하기 어려운데 가계부채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 가계소득 대비 주택가격(PIR)이 과도하게 높아져 있다는 점, 수도권 인구도 감소할 전망이라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향후 부동산가격 안정세가 정착될 수 있다. 다만, 구체적인 수도권 주택 공급정책이 나와 시중의 공급부족 우려를 없애줘야 한다.
문제는 경제펀더멘털이다. 국가의 경제펀더멘털과 기업의 수익성·성장성이 양호해야 주식시장이 투자자금을 계속 유인할 수 있는데, 현 국내외 경제여건이나 우리 기업의 혁신역량 및 국제경쟁력에 상당한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경제여건상 가장 큰 위협은 인구구조의 고령화, 국제교역 및 지정학적 질서의 불안정이다. 이로 인해 한국의 내수와 수출 모두 둔화되고 있고 앞으로도 이 요인들은 우리 경제를 계속 괴롭힐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의 혁신 역량이 미흡한 가운데 국제경쟁력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중국이 철강 등 전통 제조업은 물론 전기차,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신성장산업에서도 우리 기업을 추월, 세계시장을 점유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우리 기업과 정부는 디지털전환과 이를 통한 신기술·신제품 개발에 사즉생의 각오로 임해야 한다.
정부는 전략적 외교를 통해 국제질서 불안정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한편, 기업가적 마인드를 가지고 국가적 혁신 증진에 힘써야 한다. 종전 정부들의 디지털전환 촉진 정책, 신정부의 AI에의 대규모 투자 방침은 이에 부합하는 노력인 바, 향후 이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대기업, 중소기업들도 규제 탓, 대기업 탓에서 벗어나 스스로 디지털전환 및 첨단 신기술·신제품 개발과 국제시장 점유에 온 힘을 다하여야 한다.
경영자혁명을 통해 기업경영 능력을 선진수준으로 높이고, 대·중소기업 간 거래에서의 불공정을 제거해 연관기업 간 공생과 개방적 혁신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벤처 창업도 대대적으로 늘려, 제2의 벤처붐을 일으켜야 한다. 국내외 투자자들은 자금을 적극 투자해 이에 호응할 것이다. 막 시작된 이 아름다운 머니 무브를 ‘선진적 자산시장’으로 완성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