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성제약이 부도, 횡령 고소, 경영권 분쟁, 불성실 공시 등 각종 악재에 휘말리며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다. 법원은 지난달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를 결정했고, 한국거래소는 회사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했다.
지사제 정로환과 염모제 훼미닌 등을 버유한 68년 전통의 중견 제약사인 동성제약이 휘청거리고 있다.
2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동성제약은 올해 5월 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후 6월 23일 법원은 회생 개시를 결정하고, 나원균 동성제약 대표와 외부 인사 김인수 씨를 공동관리인으로 선임했다. 회사는 10월 13일까지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회생절차 개시 이후에도 유동성 위기는 계속됐다. 5월 8일부터 7월 17일까지 총 14건의 부도가 발생했고, 누적 금액은 약 51억7000만 원에 달한다. 이 중 일부는 회생절차 개시 이후 발생한 ‘지급제한 부도’로 상장폐지 사유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창업주 2세 이양구 전 회장과 조카인 나 대표 간의 경영권 분쟁이 자리 잡고 있다. 동성제약은 2018년부터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 10월 이 전 회장은 대표직에서 물러나며 조카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이후 나 대표는 올해 2월 이 전 회장의 보유지분 약 70만 주를 장외 매수하며 경영권을 공고히 했다.
그러나 불과 두 달 뒤인 4월, 이 전 회장은 보유 지분 14.12%를 마케팅 기업 브랜드리펙터링에 전량 매각하며 경영 복귀를 시도했다. 해당 계약에는 브랜드리펙터링이 지정한 이사를 선임하고, 계약일로부터 50일 이내 임시주총을 열어 이사진을 교체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나 대표 측과는 사전 협의 없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신주발행과 현 경영진의 직무 정지를 요구하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하기도 했다. 지난 5월 1일에는 동성제약이 발행 준비 중이던 보통주 51만8573주에 대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하루 만에 자진 취하했다. 이어 5월 9일에는 나 대표를 포함한 이사진 3인의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서울북부지방법원은 5월 30일 이를 기각했다.
올해 6월 고찬태 동성제약 감사는 나 대표를 포함한 등기임원 3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서울 도봉경찰서에 고소했다. 동성제약은 6월 25일 공시를 통해 해당 혐의 규모가 약 177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2024년 말 기준 자기자본(약 579억 원)의 30.6%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에 대해 나 대표 측은 “해당 금액은 고소장 주장에 불과하며, 사실관계와 회계 실체를 무시한 일방적 주장”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한국거래소는 이달 16일 동성제약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지정했다. 횡령·배임 혐의 발생과 관련한 조치다. 기업심사위원회를 거쳐 상장 유지 여부 등을 결정짓게 돼 상장 폐지 가능성이 현실화될 수 있다. 관련해 한국거래소는 다음날인 17일 동성제약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고 벌점 8.5점과 제재금 8500만 원을 부과했다. 불성실공시 벌점이 15점을 넘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며, 상장폐지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당초 브랜드리펙터링 측은 이사진 교체를 위한 임시주총을 7월 25일 열기로 했지만, 이사회는 이달 10일 임시 주총 날짜를 ‘회생계획 인가 이후 50일 이내의 날로서 회생법원의 허가를 받은 날’로 변경했다. 법원의 회생계획 인가 결정이 언제 이뤄질지 예측할 수 없어 동성제약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은 지속될 예정이다.
동성제약의 상장 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향후 법원의 회생계획 인가 여부와 한국거래소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결과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무 리스크에 경영권 분쟁, 횡령 고소까지 겹치면서 투자자 신뢰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