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스냅백’ 경고엔 강경 발언 쏟아내

이란이 중단됐던 핵 협상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독일·프랑스·영국 등 유럽 3개국(E3)과 다시 진행한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이란은 지난달 미국의 핵시설 공습으로 핵 협상이 중단된 지 약 한 달 만에 이스탄불에서 25일 E3와 다시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이란의 이번 결정은 앞서 E3를 포함한 유럽연합(EU) 외교관들이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에게 “핵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스냅백’ 조치에 들어갈 수 있다”라고 경고한 지 사흘 만에 나왔다.
스냅백은 2015년 이란이 서방과 체결한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이란이 약속한 핵 프로그램을 동결·제한하지 않으면 유엔 제재를 복원하기로 한 단서 조항을 의미한다.
해당 조항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1기 시절 미국이 일방적으로 JCPOA를 파기하며 스냅백 조치도 실질적인 구속력 면에서는 큰 의미가 없지만, 유럽에서 이를 언급한 것은 외교적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란은 협상을 재개한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유럽의 스냅백 경고 메시지에 대해서는 크게 반발하며 그럴 자격이 있느냐는 입장을 내놓는 등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아락치 장관은 자신의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유엔 안보리 회원국 등에 E3가 스냅백 조치를 발동할 자격이 없다는 서한을 보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JCPOA를 탈퇴했을 때 이란은 다른 참여국들에 의무를 준수하도록 설득했지만, E3 등은 약속을 깨고 미국의 압박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조했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아락치 장관은 “이란은 의미 있는 외교에는 화답할 준비가 돼 있지만, 망상적인 더러운 일은 물리칠 준비가 돼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란이 강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미국·이스라엘에 이어 유럽에까지 어쩔 수 없이 끌려간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한 협상 전 사전 기싸움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란은 트럼프 행정부와 4월부터 양국 간 핵 협상을 시작해 5번의 회담을 진행했다. 하지만 우라늄 농축 중단 여부를 놓고 평행선을 달렸고, 결국 미국은 이란 핵시설을 직접 타격하며 협상이 중단됐다.
공습 이후에도 이란은 우라늄 농축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대한 협력을 중단했지만, 핵 협상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며 여지를 둬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