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재산 인정없인 번영 창출 못해
그동안의 풍요 빼먹기엔 너무 일러

흔히 새는 좌우 두 날개로 난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이에 비유하여 인간 세상은 좌우 두 수레바퀴로 굴러간다고 한다. 자본주의라는 우측 바퀴와 사회주의라는 좌측 바퀴가 조화를 이루면서 굴러간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말은 틀렸다.
새의 좌우 날개는 달린 위치만 다를 뿐, 외부에서 얻은 영양으로 만든 에너지로 새를 날게 하는 생리 작용과 작동 원리는 완전히 같다. 좌우 날개가 충돌하는 일이 전혀 없다. 인간 세상을 좌우 두 수레바퀴로 끼우면 겉은 멀쩡하게 보인다. 그러나 자본주의라는 바퀴와 사회주의라는 바퀴는 작동 원리가 완전히 다르다. 그 다름의 한가운데 있는 것이 사유재산 제도다.
사회주의는 재화의 사적 소유를 인정하지 않지만, 소비재는 궁극적으로 분할돼야 하므로(밥 한 그릇을 내가 먹으면 다른 사람은 바로 그 밥은 먹지 못한다) 자본재(생산재)를 공유한다. 자본재를 공유하므로 거래가 없어 가격이 없고, 가격이 없으므로 어떤 물건을 만드는 데 얼마의 비용이 들어가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다. 사회주의는 바로 경제 계산을 기초로 한 자원 배분을 할 수 없어 망한 것이다.
반면에 자본주의는 사유재산 제도를 바탕으로 돌아간다. 소비재든 자본재든 내것 네것이 있어 시장 교환을 하므로 가격이 있고 경제 계산이 가능하다. 어떤 물건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추산할 수 있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가능하다.
이같이 두 수레바퀴는 작동 원리가 완전히 다르다. 따라서 인간 세상이 좌우 두 바퀴로 채워지면 수레는 확실히 부서진다. 경제학 교과서에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섞어진 경제를 혼합경제라고 표현하지만, 이 또한 틀린 말이다. 경제는 혼합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 경제는 사유 재산을 바탕으로 한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로서, 그 체제 안에 존재하는 사회주의적 요소가 많을수록 사람들의 삶에 끼치는 해(害)가 커진다. 다만 사람들이 이를 깨닫지 못할 뿐이다. 그래서 흔히 강조하는 ‘국민 눈높이’라는 말에는 새길 만한 내용이 없다.
또 중요한 것은 사유재산 제도가 없는 사회주의에는 법과 도덕, 자유와 평등, 정의, 평화 등의 개념이 생기지 않는다. 인간이 소유할 수 있는 것에는 마음속 행복, 신체적 용모와 두뇌, 그리고 근로와 행운 등으로 얻은 재산이 있다. 이 중 앞의 두 가지는 약탈할 수 없거나 약탈하더라도 약탈자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 반면에 재산(생명 포함)은 약탈할 수 있고 약탈자에게 이익이 된다. 또 이는 모든 사람이 원하는 만큼 존재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자원의 희소성과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재산의 소유 불안정성이 평화로운 사회 건설에 걸림돌이 된다. 이런 걸림돌을 완화하거나 제거하기 위한 도덕, 관습, 전통, 법 등의 행동 규칙과 자유와 평등, 정의, 평화 등의 개념은 재산을 둘러싼 인간 간의 관계에서 만들어져 발전된다. 그런데 사유재산 제도가 없으면 이런 개념들이 생기지 않는다.
인간 세상에 좌편향 수레바퀴를 더 크고 강력하게 끼우려는 이념은 한 사회를 원시 공산상태로 퇴보시켜 사람들의 물적 토대를 파괴한다. 이제 갓 출범한 더불어민주당 정권이 그런 경향을 보이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최근에 입법된 상법 개정안을 비롯해 주 4.5일 근무제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에 관한 논의가 그렇다.
기업을 일으키고 키워 상장한 지배주주의 재산권을 제한하고 상장 후에 배당과 시세 차익을 얻기 위해 주식을 취득한 소액주주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것은, 지배주주의 재산을 약탈하는 것이다. 주주들에게 더 나눠 준다고 하니 당장은 주가가 올라 좋아 보일지 모르지만, 시간이 갈수록 나눠 먹을 것은 줄어들고 기업은 결국 파산에 이르게 된다.
한편 주식회사의 사실상의 주인은 지배주주이며, 그는 경영권을 통해 재산권을 행사한다. 그런데 주 4.5일 근무제와 노란봉투법은 인력과 자본재(생산시설 등)의 관리·운영에 관한 지배주주의 경영권을 침해함으로써 그의 재산을 약탈하는 결과를 낳는다. 결국 사유재산 제도의 존재 이유에 대한 이해가 없는 좌익은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논리를 제시할 수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언필칭 우익은, 개인이든 기업이든 그것이 자신들의 생존을 뿌리째 갉아 먹을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의 집 불구경하듯 먼 산만 쳐다보고 있다. 그동안 한국이 쌓아 올린 풍요와 번영이 그 수명을 다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지 않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