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사 잇따라 달걀·닭고기 가격 올라, 더위에 잎채소 말라 죽어
노지 재배 작물 침수에 가격 급등 가능성...대형마트 대체품종 확보

잇따른 이상기후에 ‘3폭’(폭염·폭우·가격폭등) 현상이 본격화 하면서 주요 식재료 공급망이 흔들리고 있다. 사상 최악의 ‘폭우’에 이어 불가마 ‘폭염’이 다시 시작되면서 식탁물가가 ‘폭등’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국 산지에서 침수된 채소와 과일 등 농작물은 뿌리째 썩었고 축산·수산물도 고온으로 폐사 등의 피해가 속출하는 등 주요 식재료 공급망이 흔들릴 위기에 처하면서다. 정부가 비상 수급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유류비·전기료 등 생산비까지 겹치며 체감 물가는 이미 한계를 넘어선 상태다. 이상 기후에 농·수·축산 전 분야가 피해를 입으면서 ‘기후 리스크발 고물가 체제’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18일 기준 수박 1개 소매 가격은 3만866원으로 전월 동기 대비 41.09% 올랐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44.67% 상승했다. 최근 수년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무더운 날씨와 비가 반복돼 수박 생육이 악화하며 당도가 떨어진 데다 여름을 맞아 수요가 증가한 것이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더위에 약한 잎채소류도 가격이 크게 올랐다. 잎채소는 날씨가 너무 더우면 잎이 마르고 타들어가 출하량이 줄고 색이 변하는 등 상품성도 크게 떨어진다. 깻잎(100g)은 2661원으로 전년 대비 14.95%, 전월 대비 9.42% 비쌌다. 시금치(100g)는 1982원으로 전년 대비 31.0 %, 전월 대비 144.99% 폭등했다. 배추 1포기 가격은 4950원으로 지난달보다 43. 15% 올랐다.
축산물도 영향권에 들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7월 달걀 평균 가격은 특란30구 기준 7031원으로 전년 대비 6.72 % 상승했다. 육계(1㎏) 평균 가격은 5952 원으로 전월에 비해 6.9% 상승했다. 폭염과 폭우로 폐사가 잇따르는 가운데 여름철 보양식 수요가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지난주 집중호우로 가격 오름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폭우로 강물 등이 범람하며 논밭을 덮쳤기 때문이다. 벼, 콩, 멜론, 수박, 고추 등 농작물이 비에 잠겨 농가는 울상이다. 시설하우스의 비닐이 찢기고, 모종 등도 비에 쓸려가 내년도 농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소, 돼지, 닭, 오리 등 전국 각지 피해도 잇달아 축산물 물가도 급등이 불가피해보인다. 과수는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한 것으로 보고됐지만, 물을 많이 머금으면 과일 당도가 떨어져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형마트 등은 농축산물 수급 불안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체 품종 확보에 나섰다. 올해 가격이 폭등한 수박은 주요 산지인 충남 부여 대신 강원 양구 등 고산지 수박으로 대체 물량을 늘렸다. 복숭아의 경우 장마나 폭염에도 상대적으로 상품성이 높은 ‘아삭한 복숭아’ 품종을 확대하고 있다. 충청 지역에서 일부 출하 중인 시설 채소는 폭염 및 장마로 수포 현상과 변색이 심해지자, 강원 지역 노지 채소로 충당하는 실정이다. 그나마 잎채소는 강수량보다 온도 영향이 커, 이번 폭우로 인한 피해는 상대적으로 적을 전망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노지 재배하는 작물이 침수 위험에 취약하다”며 “이맘때쯤 충청 지역에서 출하되는 깻잎과 애호박 등 작물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