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 불안에 북미ㆍ아시아 등 다각화

정부가 중동 건설 시장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가 늘어날지 주목된다. 건설업계는 최근 중동 지역 정세가 불안정해지자 해외 수주 지역을 다각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다만 중동은 매년 대규모 물량을 발주하는 중요한 시장인 만큼 불확실성에도 포기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크다.
20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중동 시장 건설 수주에 계속해서 공을 들이고 있다.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은 17일 모하메드 알리 알 쇼라파 아부다비 자치행정교통부 의장(장관급)을 만나 도시와 교통 분야 협력 방안을 협의했다. 이 차관은 이 자리에서 “한국의 도시 개발 기술과 경험을 통해 아부다비를 친환경 미래 도시로 가꿔나가는 데 협력하겠다”고 말하며 중동 건설 수주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액은 310억1000만 달러(약 42조 8217억 원)로, 전년 동기(155억 8000만 달러)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기존 수주 텃밭으로 불린 중동 지역 전체 수주액은 55억7500만 달러(약 7조7000억 원)에 그치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4.4% 급감했다. 특히 그동안 대규모 수주를 따냈던 사우디아라비아 신규 수주가 감소하며 전체 금액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중동 시장 수주가 줄어든 건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정세가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확전 시 현지 공사 자체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원자재 수급에 차질도 빚어질 수 있어 발주 자체가 주춤했다는 분석이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중동 산유국을 중심으로 석유화학 시설 공사 물량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내 건설사들은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카타르 등에 집중적으로 진출해 있으며 신도시와 도로·항만 인프라, 정유공장 등 다양한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기업별로 보면 현대건설, 삼성물산, 현대엔지니어링, SK에코플랜드, 대우건설, GS건설 등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중동 지역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업체들은 수주 지역 다변화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중동 외 수주 비중도 높아지고 있는데, 올해 들어 전년 대비 북미·태평양 지역 비중이 약 11%에서 22%로 2배 늘었고 아시아도 11%에서 약 14%로 소폭 늘었다. 유럽은 아직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 정도지만 비중은 3배 상승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수주 시장 다변화는 중요하지만 중동은 여전히 중요한 전략 지역이라는 입장이다. 중동 국가들이 고부가가치 창출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만큼 앞으로 석유화학 공장이나 인프라 등 대규모 공사를 발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해외건설협회 또한 올해 중동 지역 건설시장 전체 규모를 지난해 대비 9.7% 상승한 7조3670억 달러(약 1경 170조 원)로 예상하며 성장 가능성을 크게 평가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주가 부진했지만 업체들은 여전히 중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발주 일정이 밀린 공사들이 다소 있어 하반기 다시 수주 비중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