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VIP자산운용은 최근 주주서한을 통해 롯데렌탈이 추진하는 제삼자 배정 유상증자를 철회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롯데렌탈의 지분 약 4%를 보유한 소수주주인 VIP운용은 이번 유상증자 방식이 낮은 가격에 신주를 확보하고 지배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우려했다.
어피니티는 올해 3월 주식매매계약(SPA)까지 체결하고 롯데그룹에서 분리된 롯데렌탈 지분 56.2%를 약 1조6000억 원에 인수했다. 이중 약 8000억 원가량을 제삼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하며, 나머지 1000억 원 규모는 크레딧 펀드를 통해 메자닌 투자로 충당한다. 어피니티는 롯데렌탈과 SK렌터카의 인수에만 약 1조3000억 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확보해 인수대금은 총 2조5000억 원 수준에 이른다.
문제는 이 유상증자의 주당 발행가가 유상증자 결의 당시 시가 수준인 2만9000원이라는 점이다. 어피니티는 롯데렌탈 보유 지분을 주당 7만7000원에 인수하는 SPA를 체결했다. 시가에 프리미엄을 얹은 높은 가격에 기존 지분을 사들이는 동시에, 신주는 절반 이하 가격에 배정받게 된다. 어피니티는 낮은 단가로 대규모 신주를 확보하면서 기존 주주의 의결권은 하락한다.
VIP자산운용은 "유상증자가 끝나면 어피니티는 단숨에 63.5%의 지분을 확보하게 되고 기존 지배주주인 롯데그룹 계열사들에게 남는 지분율을 합하면 67.7%"라며 "특별결의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지분율"이라며 "롯데렌탈이 유상증자 강행을 고수하는 현실은 이번 유상증자가 지분 매각과 직접 연결돼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부 기조는 최근 주주권 보호와 지배구조 투명성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파마리서치의 인적분할 철회, 태광그룹의 교환사채(EB) 발행 중단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흐름에서 롯데렌탈 유상증자를 둘러싼 우려도 주주와 시장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유상증자 계획이 수정되거나 거래 종결(딜 클로징)에 변동이 생길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다만 롯데렌탈 주가 흐름은 유상증자 발표 이후에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과거 유상증자 발표 이후 기존 주주들의 지분 희석 우려로 주가가 급락했던 것과 달리 인수 이후 이번 인수를 통해 SK렌터카와 합심해 렌터카 시장에서 선도적인 사업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