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창] 이름값

입력 2025-07-17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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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택 연필뮤지엄 관장

과거에는 소유권을 표시하기 위해 가축이나 물건에 달군 쇠로 주인의 이니셜을 새겼다. ‘탄(burn)’ 자국을 남긴다는 의미에서 ‘브랜드(brand)’라는 단어가 유래했다. 본래 소유권의 표시였던 브랜드는 오늘날 신뢰와 가치를 상징하는 정체성의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브랜드는 책임의 주체를 분명히 하며, 신뢰와 가치를 담보하는 일종의 품질 보증서다. 결국 이름값이란, 바로 그것이다.

브랜드가 소비자 인식에 미치는 영향은 ‘후광 효과’라는 심리 현상과 깊이 연결된다. 이는 어떤 하나의 특징이 대상 전체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다. 부처님의 광배나 예수님의 후광처럼, 특정 상징이 신성함과 권위를 부여하는 효과다. 브랜드 역시 상징성과 이미지로 소비자에게 신뢰와 가치를 각인시킨다.

예컨대, 애플의 로고는 단순한 사과 모양이 아니다. 보는 순간 혁신적이고 세련된 브랜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제품의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 또한 이러한 인상을 강화한다. 이처럼 브랜드의 후광 효과는 단순한 기능적 가치를 넘어, 소비자의 심리적·감성적 판단에 깊이 작용한다.

최근 기업들은 기존의 기업 이미지 통합 체계인 CI(Corporate Identity)를 넘어, 고객과의 적극적인 소통과 공감을 추구하는 BI(Brand Identity)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의 욕구 변화와 품질 향상을 요구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프랑스 사회학자 기 소르망은 한국을 방문했을 때 국가 브랜드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공공기관들 또한 ‘대중 친화’와 ‘고객 중심 경영’을 내세우며 브랜딩에 힘쓰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셀프 브랜딩을 해야 할까? 전통적으로는 명함을 통해 자신을 소개했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SNS 프로필이나 링크트인(LinkedIn) 계정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나는 디자인 전문가로 활동하지만, 단 하나의 역할로는 나를 설명할 수 없다. 하루 몇 시간은 홀가분한 자유인으로 지내고, 때로는 집안을 돌보는 가사노동자이며, 간혹 글을 쓰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틈틈이 청소도 하고, 수리도 하며, 때로는 물건을 나르고 운전도 한다. 이처럼 내 정체성은 하나로 고정되어 있지 않다. 자주 하는 일이 곧 직업이라면, 하나의 명함만으로 나를 설명할 수 있을까?

브랜드가 관계 속에서 가치를 쌓듯, 개인의 이름과 정체성도 끊임없이 다듬어야 한다. 우리는 경험과 사유를 통해 저마다의 고유한 가치를 만들어간다. 이 과정 속에서 이름은 단순한 식별 수단을 넘어, 내가 세상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보여주는 표지가 된다. 성격은 타고난 기질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 속에서 나를 표현하고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고유한 방식이다.

노자는 “이름 붙일 수 있는 것은 참된 이름이 아니다(名可名非常名)”라고 말했다. 본질적인 가치는 단순한 이름으로는 정의될 수 없다는 뜻이다. 어떤 시인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면, 나는 그에게로 다가가 꽃이 되겠다”고 노래했다. 이름의 본질과 그것이 지닌 의미를 꿰뚫는 통찰이다.

브랜드가 품질을 보증하듯, 이름 또한 그에 걸맞은 가치와 진정성을 담아야 한다. 셀프 브랜딩은 겉으로 멋져 보이려 애쓰는 일이 아니다. 자신의 강점을 행동으로 증명해 나가는 과정이다. 이름은 그저 호칭이 아니라, 자신이 쌓아온 신뢰와 흔적을 담고 있는 상징이다.

이름값이란, 결국 그 이름이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가의 문제다. 지금, 당신의 이름은 어떤 이야기를 담아 가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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