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편의점 공룡 꿈 무산

세계적인 편의점 업체 ‘세븐일레븐’의 지주사인 일본 세븐&아이홀딩스 인수를 희망해온 캐나다 알리멘타시옹쿠시타르(ACT)가 16일(현지시간) 이 제안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결정으로 편의점 체인 서클K를 운영하는 ACT가 세븐일레븐 운영사를 인수해 글로벌 편의점 공룡을 만들려던 시도는 마침표를 찍었다. 만약 거래가 성사됐다면 일본 기업 역사상 최대 외국계 인수 사례가 될 예정이었다.
블룸버그통신ㆍ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ACT는 17일자로 세븐&아이 측에 보낸 서한에서 “세븐&아이 측이 공개적으로는 다르게 언급했지만, 실제로는 어떠한 제안에도 성실하고 건설적인 협의를 한 적이 없다”며 “오히려 세븐&아이와 주주들에게 큰 피해를 주는 은폐와 의도적 지연 캠페인을 벌였다”고 비판했다.
ACT는 세븐&아이가 공유한 정보 대부분이 최소한의 자료이거나 이미 공개된 내용이었으며, 경영진과의 미팅도 피상적이고 철저히 대본대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의 핵심 질문 중 어느 것도 답변되지 않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창업주 일가인 이토(伊藤) 가문과의 우호적인 대화를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응답을 받지 못했다고 알렸다.
이에 세븐&아이는 17일 성명에서 "ACT의 결정은 실망스럽지만, 그들의 수많은 왜곡된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놀랍지는 않다”고 입장을 내놓았다. 이와 함께 북미 편의점 자회사의 신규 상장 등을 통해 독자적인 재성장을 목표로 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세븐&아이 인수 시도 사례는 일본 기업이 외국계 인수에 얼마나 개방적인지 알아볼 수 있는 시험대로 여겨졌다. 당초 일본 정부의 보호주의적 성향과 이사회가 안정성을 주주 가치보다 우선시하는 관행 때문에 이처럼 유명한 일본 기업을 대규모로 인수하려는 시도는 대담하고 성공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번 무산 사태는 세븐&아이가 인수합병을 피하기 위해 얼마나 시간을 끌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이제 다른 인수자가 나설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앞서 ACT는 지난해 8월부터 인수 의사를 밝혔고, 같은 해 10월에는 인수 제안 가격을 7조 엔(약 65조 원)으로 상향했다. 이어 올해 3월에는 일본 측이 더 많은 재무 정보를 공개하고 협조한다면 추가로 액수를 높일 의향도 있었다고 나타냈다. 또한 미국 독점금지법 규제에 저촉될 우려가 있는 세븐&아이의 미국 내 약 2000개 매장 매각 문제에 대해서도 양측은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세븐&아이홀딩스는 3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국인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븐 헤이스 데이커스 선임을 발표하는 등 부진한 실적을 개선하고 독자적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입증하려는 태도를 보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ACT의 매수 제안 철회 소식으로 세븐&아이는 이날 개장하자마자 주식 거래가 일시적으로 중단됐으며 이후 주가가 장 초반 최대 9.6% 폭락했다. 이번 M&A 무산으로 세븐&아이 경영진은 더 큰 경영 압박을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ACT는 적대적 방식으로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은 부인했다. ACT는 그동안 적대적 인수는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공언해왔다. 또한 이번 무산으로 인해 태도를 바꿔 주식공개매수 등 적대적 방식으로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도 없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