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클 바카로 미국 국무부 부차관보가 최근 방한 중 ‘2025 대한민국 방위산업 국제학술세미나’ 기조연설에서 던진 화두였다. 겉보기엔 일반적인 외교적 수사로 보이지만, 현장에서는 한미 방산 협력의 새로운 국면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됐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9일 서명한 방산 개혁 행정명령과 맞물려 그 의미는 더욱 분명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과 바카로 부차관보의 발언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을 단순한 무기 수출국으로 대하기보다는, 방산 기술 협력 파트너로 포섭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했다는 것이다.
행정명령은 미국의 무기 수출 방식인 대외군사판매(FMS)와 일반상업구매(DCS)를 개선해 동맹국에 더 빠르고 유연한 방식으로 무기를 수출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내 방산업체는 미국과의 공동 개발이나 기술 공유의 기회를 엿볼 수 있다. 행정명령에 특정 대상국을 명문화하지는 않았지만, K-방산이 세계 9위 방산 수출국으로 떠오른 만큼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에 포함돼 협력 기회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바카로 부차관보가 연설 당시 한국 방산기업의 수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점도 이를 방증한다. 미국이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일부 조항에 대해 재검토 의향을 밝힌 시점에서, 한국 방산기업에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결정적 시점일 수 있다.
물론 협력의 문을 자동으로 통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방산 협력은 방위비 분담과 관세 협상 등 외교·안보 전략과 맞물려 풀어야 할 숙제가 많기 때문이다. 바카로 부차관보의 말처럼 미국은 방위 협력에 열려 있을 수 있지만, 그 문을 통과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열려라 참깨” 한마디로 동화 속 보물 창고에 들어갈 수 있듯 방산 수출길도 떡 하고 열리면 좋으련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결국, 문턱을 넘는 건 정부와 국내 방산기업의 몫이다. K-방산의 기술력과 생산 역량, 그리고 양국 간 외교적 신뢰가 축적된다면, 지금이야말로 한미 방산 협력을 현실로 만들 적기다. 이미 국내 주요 방산기업들은 미국 시장 확대의 교두보를 마련하고 있다. LIG넥스원의 2.75인치 유도로켓 ‘비궁’은 지난해 미국 국방부의 해외비교시험(FCT) 시험평가를 최종 통과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주포 K9’도 미국 시장 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은 이제 미국 무기의 수동적 구매자를 넘어, 능동적인 기술 파트너로 거듭날 수 있는 갈림길에 서 있다. 산업계의 기술력과 정부의 전략적 지원, 양국의 외교적 공조가 삼위일체를 이룬다면 “열려라 방산협력”이라는 외침은 더 이상 수사가 아닌 실현 가능한 미래가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