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용 회장, 유텍솔루션 등 인수자로 나서

인지그룹 오너인 정구용 회장이 관계사 등을 동원해 그룹 내 주력 회사 3곳의 자사주 매입에 나선다. 이재명 정부가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자사주 소각 의무화 정책을 도입하려는 가운데 이를 회피함과 동시에 오너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인지컨트롤스는 11일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64만500주(4.05%)에 대한 처분을 결정했다. 인수자는 최대주주인 정 회장(40만 주)와 2대주주로 있는 관계사 유텍솔루션(20만500주)이다. 처분 가격은 10일 종가 6070원을 기준으로 약 39억 원이며 다음 달 11일부터 9월 9일까지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처분한다.
정 회장과 함께 자사주 인수에 나선 유텍솔루션은 정 회장(16.95%)과 장녀 정혜승 인지컨트롤스 대표(18.43%), 장환(35.58%)·혜은(21.06%) 등이 90% 이상 지분을 가진 가족회사다. 향후 경영 승계 과정에서 지렛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다. 이번 거래로 정 회장의 인지컨트롤스 지분율은 17.82%에서 20.35%로, 유텍솔루션의 지분율은 13.5%에서 15.02%로 각각 증가할 예정이다.
인지그룹 내 또 다른 상장사인 인지디스플레이와 싸이맥스도 같은 날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처분을 결정했다. 싸이맥스는 자기주식 70만3815주(6.44%, 약 94억 원)를 최대주주인 인지컨트롤스에, 인지디스플레이는 자사주 356만5174주(8.1%, 약 49억 원)를 3대주주인 싸이맥스에 넘기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싸이맥스의 인지컨트롤스 지분은 15.27%에서 21.71%로, 인디지스플레이 내 싸이맥스 지분은 10.48%에서 18.61% 증가한다.
이들 3개사는 자사주 매각을 결정하며 △재무구조 개선과 종속회사 지배력 강화 △운영자금 및 투자재원 확보 △유동성 확보 및 중장기적 투자여력 확보 등을 이유로 들었으나 향후 강화될 자사주 소각 의무를 사전에 회피하려는 시각이 짙다. 동시에 오너 일가와 핵심 계열사 간 지분율을 높여 그룹 전반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이 자사주 취득 후 1년 내 의무 소각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강한 규제 의지를 보이면서 주식시장에서는 자사주를 다량 보유한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하거나 최대주주, 계열사 등에 매각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이달 초에는 진양제약이 자사주 32만 주를 최윤환 대표이사 회장에게, 솔본은 167만여 주를 계열사 테크하임에 처분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