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장마는 사라졌고, 더위는 길어졌다. 장마전선 없이 시작된 폭염이 8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기상청 장마특이기상센터장)는 1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중부지방은 아직 공식 종료 선언은 없지만, 장마전선 자체가 사라진 상황”이라며 “이대로 장마가 종료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 교수는 현재의 더위 원인에 대해 “올해 매우 더운데, 가장 큰 원인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를 완전히 뒤덮고 있기 때문”이라며 “보통 7월엔 장마전선이 발달해 비가 내리는데, 지금은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상층 고기압인 티베트 고기압까지 겹치면서 ‘이중 뚜껑’ 구조의 열돔 현상이 만들어졌다는 진단이다. 손 교수는 “아래에도 고기압, 위에도 고기압이 있다 보니 전체에 걸쳐 구름이 발달하지 못하고 일조량이 늘며 기온이 오른다”며 “이런 구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장마가 유난히 짧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기상청은 제주도는 6월 26일, 남부는 7월 1일 장마 종료를 선언했고, 중부는 아직 종료를 선언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장마 전선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다만 “중부지방은 국지적 불안정에 따른 비 가능성이 있어 성급하게 종료 선언은 하지 않고 있다”며 “다음 주 정도 상황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마 자체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일각의 분석에 대해서는 “여전히 유의미한 개념”이라고 선을 그었다. 손 교수는 “2022년엔 서울 강남 집중호우, 2023년엔 오송 참사, 2023년 7월엔 시간당 100mm 이상 비가 9번 발생했다”며 “반대로 2013~2019년에는 7년 연속 평년보다 비가 훨씬 적었고, 2018년엔 역대급 폭염이 있었다. 해마다 양상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형적인 장마가 없어졌다고 표현하는 게 더 맞을 수 있지만 장마 자체가 없어진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향후 기온 전망에 대해서는 “작년에 서울은 열대야가 37일간 이어졌고, 올해는 이미 어제까지 11일 연속 열대야가 발생했다”며 “8월 초·중순이 폭염의 피크인데, 매우 더울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늦더위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손 교수는 “작년엔 11월에도 반팔을 입는 날이 있었는데, 올해도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국의 동남아화’ 우려에 대해선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이야기”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구 온난화로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여름은 길어지고 겨울은 짧아지는 건 맞다”며 “다만 동남아처럼 규칙적이고 반복되는 날씨는 아니고, 여전히 사계절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여름철 동남아는 아침에 덥고 습하다가 오후에 소나기, 저녁에 선선해지는 일정한 패턴이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며 “기온과 습도는 비슷해지고 있지만, 날씨 구조는 여전히 매우 다르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