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 폭증은 후세대에 부담줘
독립된 재정委 두고 지출 통제해야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지금은 경제 침체가 너무 심해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할 때다. 국가재정을 이제 사용할 때가 됐다”며 2차 추가경정 예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국무회의를 열고 국민 1인당 15만∼50만 원씩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30조5000억 원 규모의 2차 추경안을 심의·의결했다. 소비쿠폰은 1차로는 소득 상위 10%와 일반 국민에게 15만 원씩, 차상위계층과 기초생활수급자에게 각각 30만 원, 40만 원이 지급된다. 2차로 소득 상위 10%를 제외한 전 국민에게 10만 원씩을 추가 지원한다. 아울러 1차 지급 시 비수도권 국민은 3만 원, 농어촌 인구감소지역(84개 시군) 거주자는 5만 원을 각각 더 받는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소득 상위 10%는 최소 금액인 15만 원을, 농어촌 낙후지역의 기초수급자는 최대 55만 원을 받게 된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8%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업과 제조업 등 기반 산업의 침체가 장기화되고, 글로벌 통상 불안으로 수출까지 위축되면서 내수와 대외 수요가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즉각적인 소비 진작 효과가 기대되는 현금성 쿠폰 지급을 통해 경기를 끌어올리겠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추경을 통해 1년간 0.2%포인트(p)의 성장률 진작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연내로 한정하면 0.1%p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재정정책은 문재인 정부 시절을 연상하게 한다. 당시 문 대통령은 2019년 5월 국가채무와 관련해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기획재정부는 국가채무비율을 GDP 대비 40%대 초반에서 관리하겠다는데 국제기구는 60% 정도를 권고하고 있다. 우리는 적극 재정을 펼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선진국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하고 있는 재정통계 매뉴얼상의 공무원군인연금 충당금, 정부기능 수행으로 지게 된 공기업의 채무 등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국가부채(government debt)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한국만의 국가재정법에 의한 좁은 의미의 국가채무(government liability) 개념을 사용하고 있는 차이를 모르는데서 나온 발언으로 보인다.
이어 2021년 5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재정지출 확대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일종의 ‘재정확대 선순환’ 이론을 제시했다. 재정지출 확대→경기회복→세수 증대→재정지출 추가 확대→경기회복 가속’으로 재정확대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므로 적극적으로 재정 확대를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놓은 것이다. 일종의 ‘재정주도성장’ 이론이다. 이런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직후 여당은 추가경정예산 추진을 공식화했다.
정부가 세금을 거두거나 국채를 발행해 재정지출을 하면 소득이 얼마나 증가하느냐를 보는 지표로 흔히 재정승수가 이용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의하면 정부투자지출은 0.9, 정부소비지출은 0.8, 이전지출은 0.3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금살포식 이전지출을 1조 원 하면 소득은 3천억 원밖에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정부가 세금을 거두면 소비가 줄고 국채를 발행하면 금리가 올라서 투자가 줄어드는 등 민간부문의 투자소비 활동이 위축되는 밀어내기 효과, 즉 구축효과가 발생해 재정지출의 소득증대 효과는 1보다 적게 나온다는 것이 재정학의 정설이다.
문 정부 5년 동안 재정지출을 확대한 나머지 2022년 말 국가채무는 1000조 원을 넘어섰다. 한마디로 한국의 재정상황은 국가부채는 날로 증가해 재정위기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미래세대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데도 이런 상황은 안중에도 없는 듯이 보였다.
이미 한국의 재정사정은 만만한 수준이 아니다. 국가채무(중앙+지방정부 채무)의 GDP 대비 비율은 추경 전보다 1.0%p 증가한 49.1%로 높아질 것으로 기획재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IMF가 재정통계 매뉴얼에서 권고하고 있는 넓은 의미의 국가부채 기준으로는 GDP 대비 120%를 상회해 이미 위험수위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은 이 비율이 100%를 넘으면 상하 양원의 동의가 있어야 재정지출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을 정도다. 현금 지원과 포퓰리즘이 과도하면 나라 미래를 망친다는 것은 이미 2011년 재정위기가 보여주었다. 독립된 재정위원회(가칭)를 설립하고 재정준칙을 마련해 엄격히 준수하는 길만이 재정위기를 예방하는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