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 내 성희롱 가해자는 통신매체로 이루어지는 성희롱의 경우에만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형사처벌이 가능할 뿐, 말로 하는 성희롱의 경우에는 정직이나 감봉 등의 징계에 그친다. 가해자와 피해자는 같은 직장에서 또다시 마주치게 되고 피해자는 장기간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결국 수년에 걸친 직장 내 성희롱의 경우도 가해자에 대한 직장 내 분리조치나 징계가 가능할 뿐이다. 이렇다 보니 직장 내 성희롱 피해는 크게 줄어들지 않고, 정작 보호받아야 할 성희롱 피해자가 직장을 떠나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아직도 상당하다.
그렇다면 손해배상 소송을 통한 금전 배상은 가능할까? 직장 내 성희롱은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소송에서의 입증책임은 성희롱 피해자가 지게 된다. 그런데 성희롱은 업무 중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 성희롱을 입증할 증거확보가 어렵다. 특히 상사가 가해자인 경우가 많아 심리적으로 소송을 결심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손해배상이 인정된다 해도 소액에 불과해 실제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결국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는 실질적인 법적 구제를 거의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여성가족부가 지난달 9일 발표한 ‘2024년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인 전국 공공기관(857개) 및 민간 사업체(1828개) 근로자1만9023명 중 성희롱 피해 경험률은 4.3%로 여전히 높았고, 피해 유형은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 ‘음담패설 및 성적 농담’, ‘회식에서 술을 따르거나 옆에 앉도록 강요하는 행위’ 등으로 다양했다.
성희롱 가해자는 상급자가 50.4%로 가장 많았으며, 가해자 중 80.4%가 남성이었다. 피해자의 12.3%가 2차 피해를 경험했다. 직장에서 발생하는 성희롱은 단순한 말 실수가 아니다. 반복되는 권력 남용이고, 한 사람의 인격과 존엄을 훼손하는 범죄로 볼 필요가 있다.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실효성 있는 방법에 대한 모색이 시급한 시점이다.
현행법상 성범죄 수준에 이르지 않은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서도 형사처벌 규정 신설을 신중히 고민해 볼 시점이다. 프랑스는 성희롱을 형사범죄로 규정해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징역형이나 벌금형 처벌이 가능한 대표적인 나라다. 여성단체나 법조계, 국회 등의 다양한 논의를 거쳐 성희롱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 신설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가 주도해 형법과 별도로 ‘직장 내 성희롱 범죄화’ 법안을 신설하거나, 형법 내에 관련 조항을 추가하는 방향도 좋다. 이는 우리 사회가 직장 내 성희롱을 명백한 ‘범죄행위’로 인식하고 있다는 공동체적 선언이자, 사회 규범의 재정립이다. 또한 피해자에게는 “당신은 보호받고 있으며, 가해자는 반드시 책임을 진다”는 명확한 신호를 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