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관세 쇼크에 하반기 수출 발목…수출기업 92% “못 버틴다”

주요 수출 기업 대상 하반기 전망 조사
하반기 수출 전년 동기 대비 평균 1.6% 감소할 듯
美 상호관세 최대 수출 리스크로 떠올라
기업들 “통상 협상·세제 지원 등 시급”

▲한국경제인협회 표지석. (신태현 기자 holjjak@)

미국발 관세부과 등 통상 불확실성이 하반기 국내 수출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수출 기업 대부분은 미국의 25% 상호 관세가 예정대로 발효될 경우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우려했다. 기업들은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통상 협상과 세제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11일 한국경제인협회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2025년 하반기 수출 전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주요 수출 기업들은 하반기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평균 1.6%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조사는 10대 수출 주력 업종을 영위하는 매출 상위 1000대 기업(150개사 응답)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업종별로 전자부품(1.3%), 바이오헬스(1.6%) 등 4개 업종은 하반기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 반면, 철강(-5.0%), 선박(-2.5%) 등 6개 업종은 수출 감소가 전망됐다.

수출 감소 요인으로는 ‘관세 등 통상환경 불확실성 증가’(45.6%), ‘주요 수출시장 경기 부진’(26.6%) 등이 꼽혔다. 반대로 수출 증가를 전망한 기업들은 ‘수출시장 다변화를 통한 판로개척’(28.2%), ‘신제품 개발 등 제품 경쟁력 강화’(25.0%) 등을 이유로 들었다.

특히 응답 기업의 과반(53.3%)은 하반기 최대 수출 리스크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관세정책’(53.3%)을 꼽았다. 다음으로는 ‘글로벌 저성장에 따른 수요 침체’(14.0%), ‘미국·중국 통상 갈등 심화’(12.7%) 순으로 조사됐다.

응답 기업의 92.0%는 미국의 관세 인상률이 15%가 넘을 경우, 이를 감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한경협은 “미국이 발표한 25%의 상호관세가 내달 1일부터 발효되면 수출기업의 어려움이 심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세 대응 방안으로는 ‘원가절감’(33.7%), ‘수출단가 조정’(33.2%), ‘해외 현지생산 확대’(14.7%) 등이 제시됐지만, ‘특별한 대응 방안이 없다’는 응답도 14.2%에 달했다.

수출 채산성 전망도 어두웠다. 응답 기업의 47.3%는 하반기 수출 채산성이 작년 하반기와 비슷할 것이라고 봤고, 38.7%는 ‘악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부품, 자동차, 일반기계, 석유화학, 철강 등 7개 업종의 ‘악화’ 응답 비중이 ‘개선’보다 높았다. 반도체, 선박 업종은 ‘개선’ 응답이 우세했다.

채산성 악화 원인으로는 ‘관세로 인한 비용 부담 증가’(44.8%), ‘수출 경쟁 심화로 인한 수출 단가 인하’(34.5%), ‘인건비 등 운영비용 증가’(13.8%) 등이 지목됐다.

기업들은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통상 협정을 통한 관세 부담 완화’(37.0%), ‘법인세 감세·투자 공제 등 세제지원 확대’(18.7%) ‘신규 수출시장 발굴 지원’(12.6%) 등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미국 관세 정책과 글로벌 저성장으로 인한 수요 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기업들의 비용 절감 중심의 단기 대응은 한계가 있다”면서 “국내 수출기업의 비교우위를 반영한 통상 협정과 수출 지역 다변화, 수출 경쟁력 제고를 통한 제도적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