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은행 클럽원 한남센터에서 초고액 자산가의 자산을 총괄 관리하는 김하진 골드PB부장은 자산관리의 본질은 ‘신뢰’라고 강조한다. 단순히 투자 포트폴리오를 설계하는 것을 넘어 상속·증여·세무, 자녀교육 등 고객의 전 생애를 아우르는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진정한 프라이빗뱅커(PB)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이투데이와 만난 김 부장은 "고객이 자녀 문제나 배우자 고민, 심지어 며느리 이야기도 털어놓을 정도로 깊은 관계가 형성된다"며 "정이 많으신 분들은 김치나 김밥 같은 음식을 챙겨 주시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자산 관리뿐 아니라 고객의 삶에 진심으로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일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가 몸담은 클럽원 한남센터는 하나은행의 특수점포로 30억 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파도치는 휴양지를 콘셉트로 꾸며진 내부에는 하나은행과 하나증권이 함께 입점해 있어 금융과 증권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한다. 재계 인사를 비롯해 연예인, 인플루언서 등 다양한 고객이 찾는다. 이곳의 PB는 총 5명이며 1인당 평균 관리 자산 규모는 3000억~7000억 원에 달한다.
김 부장의 하루는 새벽 5시에 시작된다. 김 부장은 "알람을 끄고 가장 먼저 보는 게 미국 증시"라며 "미국 장 마감 후 시황, 글로벌 이슈, 환율 등 주요 뉴스를 모두 확인한 뒤 출근길에 은행 리서치 자료까지 읽고 나면 하루 일정이 준비된다"고 했다. 미팅은 대부분 예약제로 진행되는 만큼 고객을 만나기 전까지 포트폴리오와 투자 제안서를 꼼꼼히 준비한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은 수익 실현. 김 부장은 "시장에 들어가는 시점보다 나오는 시점이 더 중요하다"며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도 타이밍을 놓치면 손실이 생기기 때문에, 고객마다 목표 수익률을 설정해두고 자동상환시스템을 적용한다"고 말했다.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는 요즘, 김 부장은 고배당 중심의 국내 주식 투자, S&P500 상장지수펀드(ETF) 등 인덱스 기반 장기 투자를 추천했다. 그는 "지금처럼 시장이 과열됐을 땐 단기 수익을 노리기보다는 기간과 금액을 분산해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고객의 투자 성향에 따라 간단한 제안서를 준비할 때도 있고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분석 자료를 제공할 때도 있다. 김 부장은 "신중한 고객일수록 여러 시나리오를 준비해 두는 것이 중요해 항상 두세 가지 제안서를 들고 간다"고 했다.
클럽원 한남센터의 가장 큰 강점은 단순한 금융상담을 넘어서는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다. 펀드 매니저나 세무사, 회계사 등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역할은 물론 고객 자녀를 위한 금융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자산가 2세를 대상으로 금융·세무·부동산 전문가 강의, 하나은행 딜링룸 방문과 네트워킹 식사 등을 통해 실질적인 금융경험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4주 과정의 심화 프로그램도 진행해 20~30대 자녀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김 부장은 "수료자에게는 자산관리본부장 명의의 수료증이 발급되는데 반응이 좋아 다음 기수를 기다리는 고객도 많다"며 "단순한 교육을 넘어 자녀가 스스로 금융을 이해하고 가업 승계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유언대용 신탁(리빙 트러스트), 세무 자문, 상속 구조 설계 등 복잡한 가업 승계도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하나은행 내부 패밀리오피스팀, 외부 회계·법률 전문가 네트워크와 협업해 고객 상황에 맞는 정교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김 부장이 PA(Private Assistant)로 커리어를 시작해 VIP PB를 거쳐 현재 골드PB로 발령받기까지 10년이 걸렸다. 그는 PB 스쿨, 세무 아카데미 등 다양한 교육 과정을 이수했고 올해 서울대학교 고급 자산관리 과정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그는 "금융지식은 기본이고 고객과 소통하는 공감력, 맞춤형 대응력, 그리고 무엇보다 강한 윤리의식과 책임감이 필수"라고 했다. 이어 "저를 믿고 친구나 자녀를 소개해주는 순간이 가장 부담되면서도 감사한 순간"이라며 "소개해주신 고객이 부끄럽지 않도록 더 큰 책임감으로 임한다"고 밝혔다.
스트레스는 짧은 여행으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해소한다. 최근에는 지난달 연휴를 활용해 파리와 런던으로 미술관 투어를 다녀왔다. 이러한 시간은 다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그는 "요즘 미술품 투자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높아 일부러 미술관을 자주 찾는다"며 "전시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고객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기억에 남는 고객도 많다. 그는 치매 초기 단계였던 고객이 반복적으로 현금을 인출하는 모습을 이상하게 여겼고 간병인의 개입을 의심해 '리빙 트러스트'를 제안했다. 김 부장은 "상속 자산과 생활 자금을 분리해 장애가 있는 자녀에게 안정적으로 상속될 수 있도록 플랜을 짰다"며 "시간이 지나 고객의 건강이 악화했지만 사전에 대비해둔 덕분에 자산이 지켜질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김 부장은 이처럼 고객의 자산을 보호하는 방패가 되고 삶 전반을 세심하게 살피는 전문 PB를 꿈꾸고 있다. 그는 "최근 패밀리오피스를 요청하는 초고액 자산가가 점차 늘고 있다"면서 "'하나은행 중 클럽원 한남이 패밀리오피스를 가장 잘한다', '그중에서도 김하진 부장이 가장 성심성의껏 응대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패밀리오피스 영역에 더욱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특화된 PB가 되고 싶다"며 "고객이 단순히 금융 상품뿐 아니라 인생의 중대한 결정을 앞뒀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