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숨이 턱턱 막히는 폭염이 한반도를 뒤덮고 있다.
8일 서울 낮 최고기온은 37.8도로 1939년 7월 9일(36.8도) 이후 86년 만에 7월 초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경기 의왕은 40.4도, 광명은 40.2도까지 치솟으며 수도권 곳곳에서 40도를 넘기는 이례적인 더위가 관측됐다. 기상청 자동기상관측장비(AWS) 기준으로도 파주와 광명 등에서 40도 이상을 기록했다. 이날 수도권과 중부 서해안에 올해 첫 폭염경보를 발효됐다. 이는 지난해 최악의 더위가 시작된 7월 25일보다 18일이나 앞선 시점이다. 기온뿐 아니라 습도도 높아 밤에도 열대야가 이어졌다. 서울은 밤사이 최저기온이 26.9도에 달해 열대야가 9일 연속 지속됐다.
폭염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가장 큰 요인은 동풍이다. 태백산맥을 넘어 내려온 고온·건조한 바람은 푄(Foehn) 현상으로 열기를 증폭시켰다. 특히 이 바람이 서해안에서 다시 꺾이며 수도권으로 몰아치자 아파트 밀집 지역 등에서 열섬 현상까지 더해져 기온이 수직 상승했다. 서울과 경기 서쪽 지역은 이중 삼중의 더위에 갇혔다.
두 겹의 고기압도 이번 더위에 힘을 보탰다.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에 동시에 자리 잡으며 거대한 '공기 이불'을 형성한 것이다. 이로 인해 낮 동안 축적된 열기가 밤에도 빠져나가지 못해 찜통더위가 지속되고 있다. 9일에도 전국 낮 최고기온은 36도 안팎으로 예보됐다.
폭염과 함께 돌발 폭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울 서남권에는 8일 오후 6시 50분 호우경보가 발령돼 폭염경보와 동시에 유지됐다. 충북 충주에는 한 시간여 만에 35.5mm의 비가 쏟아졌고 서울 오목교 지하차도는 침수돼 1시간 넘게 통제됐다.
찜통더위는 건강도 위협하고 있다. 6일까지 누적된 온열 질환자는 85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나 증가했다. 7명의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도 보고됐다. 전자기기 과열로 인한 화재사고도 잇따르고 있어 냉방기기 과용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소방청은 실외기 환기 상태와 전원 관리, 멀티탭 사용 자제를 강조했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11일께 동풍이 잦아들겠지만 이후에는 고온다습한 남풍이 불면서 불쾌지수 높은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