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협상 전망에 불확실성 완화
‘정부 정책 기대’ 은행·증권 질주
미국 고율 관세 통보와 반토막 난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에도 코스피가 랠리를 이어갔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이날 55.54포인트(p·1.81%) 상승한 3114.95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는 장중 한때 3115.86을 기록하며 3200선 돌파를 시도했다. 코스닥 지수도 5.78p(0.74%) 오른 784.24을 기록하며 양대 시장이 최근 상승세를 끌고 가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은 이날 하방을 열만한 악재가 발생한 상황에서도 국내 증시가 성과를 거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한국을 비롯한 14개국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 유예 시한을 8월 1일까지로 연장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같은 날 뉴욕 증시는 약세 마감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 부진 속 2분기 시장 전망치를 23%가량 밑도는 4조 원대 영업이익을 냈다는 소식도 시장 긴장감을 키웠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2분기보다 55.94% 감소한 4조60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이날 공시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기준 삼성전자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6조1833억 원이다.
관세 역풍에 환율도 국내 증시에는 우호적이지 않았다.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1원 오른 1367.9원에 마감했다. 환율은 장중 1370원 선까지 치솟으며 외국인의 자금 유출 우려를 키웠다. 통상 달러당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외국인은 환 손실을 피하기 위해 국내 증시에서 자금을 빼는 경향이 있다.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도 국내 증시가 저지선을 형성하는 수준을 넘어 강세를 띤 배경에는 외국인 투자자의 강한 매수세가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2816억 원어치를 순매수한 외국인은 대형주를 중심으로 소외주와 주도주를 골고루 샀다. 이수페타시스(693억 원), SK하이닉스(450억 원) 등 미국발(發) 관세 국면에 진입하며 수급이 주춤했던 반도체주를 비롯해 신한지주(220억 원) KB금융(242억 원) 등도 은행주도 장바구니에 담았다.
‘어닝쇼크’를 낸 삼성전자도 0.49% 하락하는 데 그치며 비교적 선방했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10조 원어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마무리하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주주가치 제고와 임직원 주식 보상을 목적으로 총 3조9119억 원 규모 자사주 취득을 결정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은행주와 증권주는 정부 정책ㆍ제도 수혜 전망을 등에 업고 지수 상승세를 견인했다. 이날 증권과 금융 업종은 각각 6.38%, 4.99% 급등했다. 은행주의 경우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 배당소득 세제 개편 기대감이 커진 영향을 받았다. 하나금융지주(10.27%), 우리금융지주(8.32%), 신한지주(7.73%) 등이 일제히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증권주는 정부ㆍ여당이 증시 활성화 정책 추진에 대한 의지를 재차 드러내며 상승 압력을 받았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를 방지하는 동시에 국내 증시 가치를 끌어올려 국민의 투자 대상을 분산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주 중에서도 신영증권(20.03%), 부국증권(13.78%), 유안타증권(10.11%) 등 중소형사 오름폭이 컸는데, 대형사가 최근 급등한 만큼 중소형주 상승 여력이 한층 부각한 것으로 보인다.
관세 유예가 종료되는 시점까지 한국과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국내 증시가 4월 관세 불확실성 직격탄을 맞으며 ‘내성’을 키운 점 등이 이날 양호한 흐름을 만든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원ㆍ조민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물러선다’는 뜻을 담은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 성향에 대한 기대감에 관세 불확실성이 오히려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