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분할 등 기업 구조 재편 땐
이해상충 여부 사전에 검토해야
기업 지배구조 개선 시발점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신설
“법원 판결로 법리 쌓여야”
‘독립이사 제도’ 해법 될 수도
“이사회內 특별위원회 설치
독립이사 별도 승인 받아야”
“해외 사례 참조⋯국내‧각사
현실에 맞게 절차 보완 필요”
7일 서울 종로구 크레센도 빌딩 사무실에서 본지와 만난 김지평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그동안 물적 분할을 통해 100% 자회사를 만들어 중복 상장하는 일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면서 “시장 작동 원리에 따르더라도 경제적인 실질 손해가 발생한다면 주주들이 피해를 봤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대주주와 소수주주 간 이해충돌 가능성이 높은 합병‧분할 등 기업구조 개편, 신주 발행‧자사주 거래 등의 자본거래, 경영권 분쟁에 대비한 회사의 방어정책 수립 시에는 이해상충 여지를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고 적절한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개정 상법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해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명문화했다. 나아가 충실의무의 내용을 구체화하는 차원에서 제382조의 3 제2항을 신설, 이사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할 의무’를 명시했다. 개정 상법 제382조의 3은 이재명 대통령 재의 요구가 없다면 15일 이내에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 재가를 거쳐 공포 즉시 시행된다.


김지평 변호사는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에 긍정적인 평가가 적지 않으나 ‘총 주주’ 등의 개념이 모호하고 주주 간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경우에 어떻게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지가 불분명해 경영상 결정을 함에 있어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견해 또한 이해가 간다”고 짚었다.
이어 “향후 법원 판결로 이사와 주주 사이 신임관계 존부와 임무위배 행위의 해석에 관한 법리가 축적될 때까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총 주주’라는 포괄적이면서 추상적인 개념에 기초해 이사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대주주와 소수주주의 이해가 충돌하는 상황은 어떤 경우인지, ‘이익’의 충돌과 ‘의견’의 충돌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단기적 관점과 장기적 관점 중 어느 기준에 따라 ‘이익’을 판단할 것인지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설명이다.
전자 의무화로 주총 운영 중요해져
기존에 대법원은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규정한 상법 제401조 제1항의 적용에 관해 ‘이사의 행위에 의해 회사가 손해를 입고 결과적으로 주주의 경제적 이익이 침해되는 손해처럼 간접적인 손해는 상법 제401조 제1항에서 뜻하는 손해의 개념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고, 이러한 주주의 간접손해에 대해서는 이사가 주주에 대해 직접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판례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우주 김앤장 변호사는 “회사의 손익 여부와 별개로 이사의 업무수행이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위반해 주주 이익을 침해했음을 이유로 하여 주주가 이사에 대해 직접 손해배상 책임을 구하는 케이스가 많아질 것”이라며 “개정 상법을 근거로 삼아 총 주주에게 손해를 입힌 행위라는 등의 사유로 이사에 대한 업무상 배임죄 고소‧고발 등이 이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변호사는 다만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추가된다고 하더라도 업무상 배임죄 성립 범위가 넓어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고, 이번 개정과 관련하여 배임죄 성립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별도 입법마저 협의되는 만큼 이런 사항들을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번에 함께 도입된 ‘독립이사 제도’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해외에서는 주주 간 이해충돌이 특히 우려되는 사안에서 독립적인 이사들로 구성된 이사회 내 특별위원회를 설치하여 운영하거나 독립적인 이사들의 별도 승인을 받는 경우도 있다”며 “해외 사례들을 검토하고 우리나라는 물론 각 회사 현실에 맞게 가능한 범위에서 의사결정 절차를 보완하는 방안 역시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개정 상법은 상장회사의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고, 독립이사 비율을 이사 총수의 4분의 1 이상에서 3분의 1 이상으로 상향했다. 경영진을 향한 이사회 감독 기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려는 입법 취지를 담고 있다. 독립이사제는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실시할 예정이다.
상법 개정 방향에 대해서는 미국식 자본주의를 상당 부분 받아들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주로 주주 대표 소송과 위임장 대결 등 적극적인 주주 행동을 펼쳐 주주 권리를 직접적으로 관철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
반면 유럽식 이해관계자 생태계를 중요시하는 입법 태도가 존재한다. 기업 윤리, 사회적 책임, 다중 이해자 중심주의, 그리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속 추진에 무게를 두는 유럽은 지배구조 자체를 투명하고 균형 있게 설계해 주주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
김진오 김앤장 변호사는 “회사에는 근로자 및 협력업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있다”면서 “ESG 경영이 강화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감안할 때 주주 이익을 우선시하는 내부 통제로 이사 책임은 면책이 될 수 있는지”와 같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전자식 도입…주총 충실화”
개정 상법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을 합쳐서 3%로 제한하도록 규정을 손질했다. 여기에 주주들이 실제 주주총회장에 출석하거나 실제 출석하는 자에게 위임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오던 주총에 ‘전자 주주총회’가 도입되면서 전자적 방식을 병행하게 개선했다.
김진오 변호사는 “전자 주주총회가 의무화돼 소액주주의 주총 참여가 늘고, 독립이사 제도를 계기로 이사의 독립성이 보다 강조되면서 주총 운영 및 주주 IR(기업 활동)과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의 충실한 진행이 더욱 중요하게 되고 기업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이 활발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당초 논의되던 대규모 상장사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는 빠졌다. 김진오 변호사는 “최근 국정기획위원회는 ‘자기주식 의무 소각’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며 “그러나 이에 관한 구체적인 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자기주식 의무 소각이란 회사의 자기주식 취득은 상여금 지급, 주식 보상 등을 제외하고는 소각을 목적으로 한 경우에만 허용하고 일정 기간 내에 모두 소각하도록 하는 한편 이미 보유한 자기주식에 대해서는 유예기간을 부여해 소각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 [기업 헌법 대개편] ‘개정 상법’ 주요 내용. (그래픽 = 신미영 기자 win8226@)](https://img.etoday.co.kr/pto_db/2025/07/20250707182702_2195801_558_892.png)
김 변호사는 또 “상장사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지배 주주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독식한다는 인식이 강했는데, 일반 주주도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된 가격에 매도할 기회를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의무 공개매수 제도’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은 상법 개정이 아닌 자본시장법 개정 방법을 취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일정 비율 이상의 지분을 매입할 때 다른 주주들 주식까지 공개 매수해 추가적으로 취득할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라며 “어느 정도 지분을 사들일 경우 이러한 공개 매수 의무가 부여되는지, 공개 매수 시 얼마만큼의 추가 지분을 매수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선 아직 구체화가 되지는 않았다”라고 부연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