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 선출 시사한 중국 보란 듯 발언
1959년부터 인도 망명 생활

6일(현지시간) CNN방송과 알자지라에 따르면 인도 히말라야 다람살라에서 수천 명의 신도가 모인 가운데 달라이 라마의 90번째 생일 기념식이 열렸다. 폭우와 짙은 안개에도 신도들은 달라이 라마를 보기 위해 모였고 사원 주변에는 인도 경찰과 경비 인력이 대거 배치됐다. 독실한 티베트 불교 신자인 할리우드 배우 리처드 기어는 이곳을 찾아 달라이 라마의 90세 생일을 축하했다.
이 자리에서 달라이 라마는 130세까지 살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왔고 관세음보살의 지속적인 축복에 앞으로 30~40년 더 살면서 중생과 불법을 위해 계속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110세를 목표로 밝혔던 달라이 라마는 목표를 더 높임으로써 15대 달라이 라마에 대한 여러 추측을 일축했다.
달라이 라마는 현재 인도에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다. 1959년 중국 병합에 반대하는 봉기에 실패한 후 인도로 이주했다. 인도로 넘어와서는 다람살라에 망명정부를 세우고 티베트를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노벨 평화상을 받고도 중국 정부로부터는 분리주의자라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130세까지 살겠다는 달라이 라마의 발언은 중국 정부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달라이 라마 승계는 베이징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황금 항아리 추첨을 통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황금 항아리 추첨제는 청나라 때부터 이어져 온 전통으로, 항아리는 현재 중국에 보관돼 있다. 달라이 라마가 인도로 망명하고 90세가 되자 항아리를 이용한 후계자 선출을 놓고 여러 의견이 나오는 상황이다.
과거 달라이 라마는 “항아리가 부정직하게 사용되면 어떠한 영적인 것도 결여될 것”이라며 “중국은 달라이 라마의 환생 제도에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날도 “불교 지도자들이 후계자를 찾을 것”이라며 “이 문제에 간섭할 권한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과 인도에선 달라이 라마의 90세 생일을 축하하는 메시지들이 전해졌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그는 여러 세대에 걸쳐 연민을 실천하고 자유와 존엄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줬다”며 “내가 알고 있는 90세 노인 중 가장 어린 그에게 생일 축하를 전한다”고 밝혔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달라이 라마는 평화, 대화, 이해를 위한 세계 최고의 목소리 중 하나”라며 “분열의 힘이 공통된 인류애를 찢어놓는 이 시기에 당신의 지혜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엑스(X·옛 트위터)에 “달라이 라마의 90번째 생일을 맞아 14억 인도 국민과 함께 따뜻한 축하를 전한다”며 “그의 지속적인 건강과 장수를 기원한다”고 적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