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무' 강호순이 숨긴 곡괭이 피해자들

입력 2025-07-0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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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캡처)
(출처=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캡처)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가 방송 사상 처음으로 연쇄살인범 강호순의 자백 영상을 공개했다.

3일 방송된 ‘꼬꼬무’ 182회는 ‘특집: 더 리얼’ 3부작 중 두 번째 편으로 강호순이 검찰 조사에서 추가 피해자를 언급하는 장면과 함께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여죄의 가능성과 수사기관이 직면한 제도적 한계를 집중 조명했다.

2009년 체포된 강호순은 2006년부터 2008년 사이 여성 10명을 상대로 한 강간 및 살해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중 9명의 피해자에 대해서는 자백이 있었고 이후 경찰 조사와 검찰 송치가 진행됐다.

수사가 이어지던 중 검찰은 강호순의 축사를 다시 수색했고 그 안에서 범죄 도구로 추정되는 곡괭이를 발견했다. 당시 안산지청 소속 손영배 검사를 포함한 수사팀은 해당 곡괭이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에 감정 의뢰했고 그 결과 곡괭이 날에서 여성 2명의 DNA가 검출됐다.

문제는 이 DNA가 강호순이 자백한 9명의 피해자 DNA와 모두 불일치했다는 점이다. 곡괭이 사용 시점에 대해 강호순은 "2008년 냉각기 이후 범행부터 사용했다"고 진술했으나 그 진술에 부합하는 피해자와의 유전자 일치도 확인되지 않았다.

검찰 조사 14일째 되는 날, 강호순은 점심시간 직후 돌연 “할 말이 있다”며 조사관을 불렀고 식사 중이던 수사관들이 급히 조사실로 향했다. 그리고 마침내 강호순의 입에서 “숨긴 게 하나 있습니다. 사람을 죽인 게 하나 더 있습니다”라며 새로운 자백이 나왔다.

강호순은 2006년 무렵 강원도 정선에서 군청을 향하던 여성과 우연히 마주친 뒤 차량에 태우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그는 “그냥 놀러 다녔습니다”라고 말문을 열며 덤덤하게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방송을 지켜보던 출연진 장예원은 “다리부터 소름이 쫙 돋는다”고 말했고 권일용 프로파일러는 “지금 연기하고 있다”며 분노를 드러냈다. 권일용은 “사이코패스들은 자백조차도 수단으로 활용한다”며 “지금도 철저히 계산된 언행으로 수사를 교란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선 자백 직후, 수사기관은 해당 피해자의 유해를 확보했다. 유해는 대퇴부와 턱뼈 일부였고 곧바로 국과수 감정을 거쳤다. 그러나 곡괭이 DNA와는 역시 불일치였다.

이에 피해자 수는 공식적으로 10명으로 늘어났지만 곡괭이에서 나온 DNA 2건의 정체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방송은 해당 DNA의 주인을 ‘+2 피해자’로 명명하고, 미제 가능성을 공식 제기했다.

수사기관은 강호순에게 곡괭이 DNA와 일치하는 피해자가 더 있는지를 추궁했지만 그는 “한 명 불었잖아요. 근데 뭘 또 부르라는 겁니까? 곡괭이 그건 모르는 일입니다”라며 이를 부인했다.

권일용은 이에 대해 “자백을 했다는 건, 자기가 진짜로 감추고 싶은 건 따로 있다는 뜻”이라며 “정선 사건은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한 위장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강호순은 자백 전날, 아들과 면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아들에게 “나 없이 잘 살아라”고 말했다. 권일용은 “죄책감 때문이 아니다. 사이코패스는 연기한다. 지금도 철저히 계산 중”이라며 “사회적으로 가장 충격을 줄 수 있는 피해자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방송 제작진은 국과수에 공식 질의했고 “곡괭이에서 검출된 여성 DNA 두 건은 지금도 프로파일이 남아 있으며, 비교 대상만 있다면 대조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문제는 비교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에는 성인 실종자의 DNA를 수집·보관하는 법적 시스템이 없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 실종자 가족의 DNA를 국가가 보관하고 있어 변사체나 미제 사건과 자동 대조가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은 실종자 발생 시 가족이 요구하지 않으면 DNA 채취가 이뤄지지 않고 수집하더라도 일정 기간 후 폐기된다.

방송은 이 사건이 단순히 과거의 미제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문제라고 지적하며 ‘곡괭이 특별수사본부’ 설치 필요성을 제기했다. 손영배 검사는 “25년 검사 생활 중 유일하게 아직도 해결 못 한 사건이 이 사건”이라며 “가족들이 방을 치우지도 않고 사체 수습을 기다렸던 그 기억이 가슴에 남아 있다”고 고백했다.

강호순의 여죄는 아직 공소시효가 끝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실종자 가족의 DNA와 곡괭이 DNA를 대조할 수 있다면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2명의 이름 없는 피해자도 밝혀질 수 있다며 방송은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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