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룰라 대통령, 브라질 안팎서 외면당하는 이유는

입력 2025-07-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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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출범 후 미국과 거리두기
모디 국빈초청에 시진핑 브릭스 불참
아이티 안정화 임무도 실패
국내 지지율도 세 번 임기 중 가장 낮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에 있는 플라나우투궁에서 연설하고 있다.  (브라질리아/로이터연합뉴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에 있는 플라나우투궁에서 연설하고 있다. (브라질리아/로이터연합뉴스)
브라질 대표 좌파 정치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가 2023년 자국 최초의 3선 대통령이 됐을 때만 해도 그를 향한 브라질 국민의 기대는 매우 컸다. 전임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극우 정치에 지친 시민들은 친환경주의자이자 가난한 자들을 대변하는 룰라 대통령이 세상을 다시 정상으로 돌려놓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룰라 대통령이 3기 행정부를 출범한 지 3년째인 지금 평가는 이전과 사뭇 다르다. 해외에선 영향력을 잃고 있고 브라질에서도 인기가 줄어들고 있는 룰라 대통령의 현 상황을 최근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짚어봤다.

룰라 대통령이 대외 영향력을 잃어가는 한 가지 이유는 미국과의 관계 재설정에 미온적이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 취임한 후 두 정상이 직접 만난 적은 아직 없다. 이런 탓에 브라질은 미국 대통령과 대면하지 않은 국가 중 가장 큰 경제국이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 반면 최근 1년 사이 룰라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두 차례 만났다.

룰라 대통령은 무역 파트너로서 미국에 대한 전 세계의 신뢰가 악화하는 상황을 활용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럽과 주요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변덕에 이골이 났을지는 몰라도 여전히 주요 파트너인 미국과 무역 합의를 맺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계속해서 서방과 거리를 두는 점도 브라질을 세계 무대에서 멀어지게 하고 있다. 5월 룰라 대통령은 거대 민주주의 국가 중 유일하게 러시아에서 열린 2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중재한다는 목적으로 모스크바를 방문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한 그 누구도 룰라 대통령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최근에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과 관련해서도 고립적인 노선을 택했다.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공격했을 때 각국은 지지하거나 우려를 표명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룰라 정부는 달랐다. 성명에서 미국의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히는가 하면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식의 강경한 발언을 내놓으며 다른 국가들이 동조하기 힘들게 했다.

룰라 대통령의 좁아진 대외적 입지는 6일(현지시간)부터 양일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도 엿볼 수 있다. 브릭스 회의는 브라질, 중국,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11개 신흥 시장 경제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큰 행사지만, 이번 회의에는 시진핑 주석이 불참하기로 했다. 브릭스 회의에 시 주석이 불참하는 것은 2009년 브릭스 출범 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이를 두고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룰라 대통령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국빈으로 초청하기로 한 것에 시 주석이 불만을 품고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룰라 대통령은 서방뿐 아니라 중국 등 동맹과의 관계 설정에서도 미숙한 모습을 보인 셈이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브라질-카리브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브라질리아/EPA연합뉴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브라질-카리브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브라질리아/EPA연합뉴스)
홈그라운드라 할 수 있는 남미에서도 문제는 드러난다. 이념적 차이를 이유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대화하지 않으면서도 베네수엘라 독재자인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지지했다. 지리적으로 근접한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 안정화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2010년 지진 발생 후 아이티의 치안이 불안해지자 유엔은 안정화 임무를 브라질에 맡겼다. 그러나 브라질은 갱단이 아이티를 접수한 상황에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세계 무대에서의 외면은 자국 내 인기 하락으로 이어졌다. 현재 룰라 대통령의 지지율은 40% 안팎이다. 세 번의 임기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브라질 국민 28%만이 현 정부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지난달에는 룰라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내렸던 세금 인상안을 의회가 부결시켰다. 의회가 대통령 행정명령을 뒤집은 것은 30여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2003~2010년 두 번의 임기 동안 브라질은 원자재 호황을 누렸고 룰라 대통령은 세계에서 인기 많은 대통령 중 하나였다. 많은 정치인은 그를 급성장한 경제의 상징으로 여겼다. 그러나 지금의 브라질은 그때와는 다르다. 이코노미스트는 “룰라 대통령은 과거 노동조합, 사회적 의식이 강한 가톨릭 신자, 정부 지원금을 받는 가난한 사람의 지지를 받아 당을 세웠다”며 “그러나 오늘날 브라질은 복음주의 기독교가 번성하고 긱 이코노미에서 고용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우파에서도 지원금을 제공하는 국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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