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두 번째 행복

입력 2025-07-01 19:17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최영훈 일산연세마음상담의원 원장

행복을 느끼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즉각적이고 짜릿한 감각에서 오는 것이다. 배달시킨 치킨을 입에 넣는 순간, 일몰이 바다에 녹아드는 장면을 마주할 때, 로또 당첨처럼 예기치 않게 쏟아지는 행운. 반면 또 다른 하나는, 고된 시간을 통과한 끝에 비로소 도달한, 성취감과 보람을 주는 행복이다. 수많은 좌절을 이겨낸 후 마주하는 합격 통지서처럼 말이다.

나는 정신과 의사로서 수많은 환자들을 만나며 느낀다. 현대인은 첫 번째 행복엔 익숙하지만, 두 번째 행복은 낯설어한다. 21세 수민(가명)도 그랬다. 휴학 중이라 하루 대부분을 침대에서 보내고, 유튜브 쇼츠를 보다가 새벽에 잠드는 생활. 대화 중 그는 말했다. “선생님, 저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 힘든 건 무조건 싫고, 뭐든 오래 걸리면 포기하게 돼요.”

나는 그에게 이렇게 제안했다. “오늘부터 한달간만, 매일 아침 일어나서 아파트 계단을 20층까지 걸어 올라 보세요.” 그는 황당하다는 듯 웃었다. “그걸 왜 해요? 아무 의미도 없잖아요.” 나는 설명하지 않았다. 의미는 나중에 따라오게 되어 있으니까.

처음 며칠은 온몸이 쑤셨다고 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헉헉대며 계단에 주저앉고 싶었다고.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는 계속했다. 땀범벅이 된 얼굴로 20층 옥상 문을 열고 하늘을 바라볼 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뿌듯함이 밀려들어 온다고 했다. 2주쯤 지나자 그는 어느 날 내게 말했다. “이상하게요… 요즘은 의욕이 생기고 자신감도 조금….” 그 뒤로 그는 매일 같은 시간에 계단을 올랐고, 샤워 후에 책상 앞에 앉았다. 자격증 책을 꺼내고 하루에 한 단원씩 읽기 시작했다. 반년 정도 지난 후, 그는 평생 처음으로 자격증 하나를 획득하였다. “이제는 뭔가 하나씩 하나씩 해낼 수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나는 그날 다시금 확신했다. 사람을 성장시키는 건 즉각적인 희열이 아니라, 스스로 통과해낸 고통 속에서 발견한 성취감이라는 걸. 이 두 번째 행복은 느리지만 깊고, 불안한 마음을 단단하게 다듬는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또 다른 수민에게 말한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그 고통을 넘는 순간, 당신은 몰랐던 자신의 다른 모습을 꼭 만나게 될 겁니다.” 최영훈 일산연세마음상담의원 원장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美·日·대만 증시는 사상 최고치 돌파⋯코스피도 신고가 ‘코앞’일까
  • 냉방비 인상 없이 한전은 버틸까⋯커지는 한전채 부담
  • '우리동네 야구대장' 고된 프로야구 팬들의 힐링 방송 [해시태그]
  • 美 유명 가수 d4vd, 14세 소녀 살해 범인?⋯살인 혐의로 체포
  • 항공유 바닥난 유럽 항공사⋯잇따라 운항편 감축
  • 칼국수 1만원 시대⋯"이젠 뭘 '서민음식'이라 불러야 하죠?" [이슈크래커]
  • Vol. 4 앉아 있는 시간의 가치: 상위 0.0001% 슈퍼리치들의 오피스 체어 [THE RARE]
  • '수출 호실적' 경상수지 흑자 커질수록 뛰는 韓 환율⋯왜?
  • 오늘의 상승종목

  • 04.17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13,575,000
    • +2.44%
    • 이더리움
    • 3,567,000
    • +2.74%
    • 비트코인 캐시
    • 668,000
    • -0.45%
    • 리플
    • 2,175
    • +1.26%
    • 솔라나
    • 130,800
    • -0.46%
    • 에이다
    • 381
    • -0.52%
    • 트론
    • 483
    • +0.21%
    • 스텔라루멘
    • 256
    • +2.4%
    • 비트코인에스브이
    • 24,130
    • +2.46%
    • 체인링크
    • 14,180
    • +0.5%
    • 샌드박스
    • 123
    • +0%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