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이시바 정권과 한미일 관계

입력 2025-07-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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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유지(세종대학교 대우교수·정치학 전공)

이재명 대통령은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청받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지난달 17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가졌다. 한일 두 정상은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구축과 셔틀 외교를 계속하는 데 합의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재명 대통령을 매일 TV에서 보고 있어 처음 만나는 것 같지가 않다”고 이야기하면서 한국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G7 회의가 열리기 직전인 지난달 15일 이시바 총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나가시마 아키히사 보좌관이 한국을 방문했다. 그다음 날 서울에서 열릴 ‘한일 수교 6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나가시마 보좌관은 한일의원연맹 소속 한국의원들을 만났고 위성락 안보실장도 만났다. 그리고 그는 외교협회 등이 주최한 강연회에서 강연을 했다. 이때 나가시마 보좌관이 발언한 내용을 보면 이시바 정권이 이재명 정부에 원하는 내용을 알 수 있다.

나가시마 보좌관의 강연 내용은 두 가지 파트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나는 양국 간 역사문제에 관해서였고 또 하나는 동북아시아의 안보 문제에 관해서였다.

나가시마 보좌관은 역사문제의 3원칙이라고 말하면서 첫째, 단기적인 이익보다 장기적인 국익을 생각하면서 역사를 바라보자고 하였고 둘째, 한일 간의 과거 합의나 선언 등은 일방적인 것도 포함해서 되도록 지키고 후퇴하지 말자고 했다. 마지막으로 양국 정부가 용기를 가지고 국민을 설득하자고 강조했다.

이것이 나가시마 보좌관, 나아가 이시바 총리가 생각하는 역사문제 3원칙인데 두 번째 원칙은 비교적 알기 쉽다. 1990년대 이후의 한일 간 합의나 선언 등을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1993년)가 발표됐고 일본의 침략전쟁과 식민지 수탈을 인정해 사과한 무라야마 담화(1995년)가 나왔다. 한국이 피해자였고 일본이 가해자였음을 역사상 처음으로 인정해서 일본의 사과를 공식문서화한 김대중-오부치선언(1998년)이 공표됐다. 2010년 한국병합 100주년을 맞이해 병합의 강제성을 인정한 간 나오토 담화까지가 과거사에 있어 일본 측이 한국에 사과한 선언이나 담화였다. 그런데 2012년 12월 일본에서 아베 신조가 총리가 돼 제2기 내각을 구성한 후부터는 일본의 태도가 과거사를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아베는 2015년 한국이나 아시아에 대해 이미 사과해야 할 만큼 사과했으니 이제 사과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담화를 발표했다. 아베 담화로 인해 일본 정부의 역사에 대한 태도가 정반대 방향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각료회의 결정이라는 반영구적인 결정 시스템을 통해 역사 교과서에 기재할 수 있는 단어를 결정해 나갔다. 예를 들어 ‘조선인 강제노동자’는 ‘전시 조선인 노동자’라고 써서 강제노동이라는 말을 삭제하게 했다. ‘종군위안부’는 ‘위안부’로만 써서 일본군이 개입했다는 의미가 있는 종군을 빼야 한다고 각의결정했다. 즉, 여성 납치나 유괴는 없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교과서 집필 작업을 사실상 정부가 강요했다. 독도는 ‘일본 영토’로 쓰지 않으면 그 교과서는 검정통과가 불가능해졌다.

나가시마 보좌관의 역사문제 3원칙에 아베 담화나 그 담화에 이어서 나온 각의결정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지켜봐야 알 것이다.

한편 2023년 3월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을 방문했을 때 ‘강제징용 피해자 제3자 변제 방안’을 제시했다. 나가시마 보좌관의 발언에는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제3자 변제 방식을 지키고 한국은 후퇴하면 안 된다는 의미가 강하게 들어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여전히 일본 측은 제3자 변제안의 구상권 청구문제가 법적으로 해결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안보문제에 대해서는 나가시마 보좌관은 2023년 8월의 한미일 캠프데이비드 합의를 지키자고 했다. 그리고 그때 설치된 ‘한미일 조정사무실’에 따라 합의를 해 나가자고 했는데 한국에서는 한미일 조정사무실이라는 말을 처음 듣게 됐다. 안보문제는 조 바이든 전 미국 정권 때 합의를 그대로 지켜 대북한, 대중국 포위망을 구축하자는 것이 나가시마 보좌관 발언의 취지였다.

한미일 공조에 역사문제가 걸림돌이 되면 안 된다는 얘기는 미국 측에서 주로 주장해 온 얘기인데, 최근에는 일본 측에서 같은 얘기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이 한미일 군사 공조에 관심이 많지 않아서 일본 측이 대신 한국에 대중국 포위망을 강화하지고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은 4월 중순 ‘원 시어터(One Theatre·하나의 전장)’ 구상을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에게 제시했다. ‘원 시어터’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한국과 일본, 필리핀 등을 하나의 전쟁구역으로 보는 개념이다. 이시바 정권이 자꾸 한국을 일본과 함께 전쟁하는 국가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밖에 보이지 않는 위험한 발상이다.

이시바 정권이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일의 군사적 공조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렇게 한국을 설득하려고 여러 방법을 강구하고 있어 우리 정부가 슬기롭게 대처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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