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메탈 등 방산주 폭등
미국·한국 등 해외 의존도 여전
동유럽 외국산 의존 심화 우려

28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유럽 방산업체들의 주가는 올해 들어 파죽지세다. 유럽 최대 종합 방산 기업인 독일의 라인메탈 주가는 작년 말부터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전날까지 183% 폭등했다. 같은 기간 영국 항공우주 보안 기업 BAE시스템스(62%), 프랑스 방산 기업인 탈레스(77%), 이탈리아 군수 보안 산업 레오나르도(80%) 등도 급등했다.
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3년이 넘은 것을 포함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이스라엘과 이란 등의 무력 충돌 등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면서 유럽 재무장 필요성이 고조된 영향이다. 여기에 1월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에 방위 자립을 요구했다.
이에 유럽 다수 국가가 포함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32개 회원국은 25일 정상회의에서 2035년까지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최소 3.5%를 직접 군사비에, 최대 1.5%는 인프라 보호 등 간접적 안보 관련 비용에 투입하기로 공식 합의했다. 나토는 올해 말이나 돼야 모든 회원국이 2%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향후 10년간 천문학적인 돈이 방산 분야에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연합(EU)은 5월에는 27개 회원국의 방위력 강화를 위한 8000억 유로(약 1279조 원) 규모의 ‘유럽 재무장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이렇게 유럽의 역내 방위산업을 재건하기 위한 대규모 예산 지출은 군수품 조달·인력 고용·기술 개발을 통해 경제에 직접적인 수요 자극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가령 라인메탈은 2028년까지 제품 개발자·엔지니어·용접공·전자 기술자 등을 중심으로 직원을 약 29%(최대 9000명)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지난달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산업 재편도 촉진하고 있다. 내수 침체와 중국산 전기차의 약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으로 고전 중인 독일 자동차 업체들의 유휴 인력이 방산업체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자동차 부문의 여유 생산능력을 활용하면 독일의 기존 제조 인프라를 보존하는 동시에 군사 장비 생산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독일의 대표 자동차 기업 폭스바겐은 장기 부진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방위산업으로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과제도 만만치 않다. 유럽은 방위비 재정 지출의 수혜가 자국이 아닌 미국·이스라엘·한국 등 해외로 흘러 들어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유럽의 무기 대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유럽 NATO 회원국의 무기 수입은 2015~2019년에서 2020~2024년 사이에 두 배 이상인 105% 증가했다. 미국은 이중 64%나 공급했으며, 이는 2015-2019년(52%)보다 12%포인트(p) 확대된 것이다. 미국에 이어 주요 무기 공급국은 프랑스와 한국(각각 6.5%)·독일 (4.7%)·이스라엘(3.9%) 등 차례였다.
아울러 부유한 회원국은 자국 내 방산·무기 제조 기반을 강화할 수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가난한 동유럽 국가들은 외국산 수입에 의존하게 되는 구조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제 싱크탱크인 브뤼겔은 짚었다. 실제 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은 방산 부문에서 강력한 기반을 갖추고 있어 재정 지원책의 많은 부분을 흡수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와 달리 폴란드·루마니아·발트 3국 등은 국방 예산을 크게 늘리고 있음에도 자체 방산 인프라가 부족해 해외 조달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