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에 사이렌이 울렸다. 한국은행은 그제 보고서에서 주택 정책대출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현행 총부채상환비율(DTI) 60%와 비슷한 수준으로 DSR 규제를 가하고 시장 상황을 살펴 강화·확대를 하자는 것이다.
한은이 표적으로 삼은 정책대출은 특혜보금자리론을 비롯해 디딤돌·버팀목 대출, 신생아 특례 대출 등 다양한 명분으로 대규모로 풀려나간다. 주택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8%나 된다. 전체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914조 원이다. 서울·수도권 부동산 시장을 통째로 흔들고도 남을 비중과 규모다. 정책대출 급증세가 비탈길 눈덩이처럼 굴러 서울 주택시장 금융 불균형 위험지수를 키우는 악재로 부상한 것도 간과할 수 없다. 한은에 따르면 이 위험지수는 올해 1분기 0.9로, 2020~2021년 정점(최고 1.72) 이후 완화됐다가 ‘영끌’ 심리가 되살아나면서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원회는 신중한 입장이다. 최근 “집값이 오를 때마다 단기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위원장인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신도시 대책은 안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 일리가 있다. 과거 민주당 정권이 정책 효과 검증도 부실한 규제 일변도 대책을 줄줄이 내놓다가 시장도, 민생도 망가뜨린 혹독한 경험을 되풀이할 수는 없는 일이다. 긴 호흡으로, 시장 원리와 상식에 맞게 대응하는 것이 순리에 가깝다.
그러나 작금의 부동산 추이가 너무나도 불안한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특히 서울 집값이 그렇다. 어제 한국부동산원 매입자거주지별 아파트 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서울 외 지역 거주 투자자의 서울 아파트 매수 비중은 22.7%로 집계됐다. 전달보다 2.7%포인트 올랐다. ‘똘똘한 한 채’ 증후군의 병폐를 보여주는 지표다. 5월 서울 빌라 매매수급지수가 100.1로 2021년 11월 이후 3년 6개월 만에 최고로 높은 ‘수요 우위’를 보였다는 통계도 있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에 떠밀려 빌라 시장도 덩달아 꿈틀거린다는 뜻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값 동향을 보면 6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0.43% 올랐다. 2018년 9월 둘째 주(0.45%) 이후 최대 폭이다. 올해 2월 첫째 주 상승 전환 이후 21주 연속 상승세라는 점도 주목된다. 한은 통계를 봐도 서울 아파트값은 올 들어 연간 10%가 가능한 급박한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상승 탄력은 서울 평균의 3배에 달한다.
집값 문제가 또 국가적 질환으로 불거지면 모두가 불행해진다. 집값 양극화, 서울 과열이란 이중고는 이미 눈앞의 현실이다. 새로 출범한 정부가 할 수 있는 것마저 하지 않고 구경이나 한다면 말이 안 된다. 방만한 정책금융이 매매가격만이 아니라 전·월세 가격까지 밀어 올리는 부작용을 제어하자는 이번 제안을 양약으로 여길 일이다. 입에 쓰더라도 내뱉으면 안 된다. 급한 불을 끈답시고 기름을 끼얹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고언을 곱씹어야 한다. 기민한 행동도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