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가 이재명 정부에 새 성장모델을 제안했다. 6조 달러 규모 한일 경제연합, 500만 명 해외 인재 유치, 소프트머니로의 돈 버는 방식 전환 등이 핵심이다. 25일 대한상의에 따르면 이 구상은 ‘새로운 질서 새로운 성장’ 책자에 담겨 정부, 국회, 대통령실 등에 전달됐다.
이번에 제안된 성장모델은 최태원 상의 회장이 그간 국회 강연, 언론 인터뷰 등에서 거듭 설파한 지론과 대동소이하다. 각 분야 전문가들의 심층 연구를 더해 제언집 책자가 됐다고 한다. 최 회장은 책자 발간에 부쳐 “어느 때보다 성장이 요구되는 시기”라고 했다. “한국 경제는 그동안 항구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해 성장 제로의 우려에 직면했다”고도 했다. “새로운 정부와 함께 미래 한국 경제의 성장 원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자는 기업과 시장의 절박한 호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한일 연대 아이디어다. 규모의 경제를 위해 글로벌 경제 연합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상의는 특히 일본과의 획기적 협력 강화를 통해 ‘저비용 시스템’ 확보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양국이 손을 잡으면 미국(30조 달러), 유럽연합(EU·20조 달러), 중국(19조 달러)에 이어 세계 4위 경제권을 일굴 수 있다는 논리다.
단일 경제권 덩치가 사활적 관건이란 것은 EU만 봐도 한눈에 알 수 있다. 유럽 사회는 EU 결성을 통해 실익을 키우고 국제 발언권을 강화했다. 내부 분쟁의 여지를 획기적으로 줄인 것은 덤이다. 동북아 지형도 흡사하다. 최 회장은 앞서 지난달 간담회에서 “현재 2조 달러가 안 되는 대한민국 국내총생산(GDP)을 일본과 합하게 되면 최대 7조 달러에 달하는 경제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한일이 손을 맞잡으면 그 긍정적 효과는 클 것이다.
물론 난관은 많다. 한일의 역사적 경험과 민족 감정이란 장벽을 넘는 것부터 험난한 일이다. 상의 구상을 토대로 구체적 논의의 장이라도 마련하려면 건너야 할 강은 깊고, 넘어야 할 산은 높은 것이다. 하지만 국가 미래를 위해 선택지를 폭넓게 열어놓고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일 경제연대 카드를 무조건 묵살할 수는 없다.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이성 대신 감정과 감성을 앞세우면 그 어떤 문제가 제대로 풀리겠나.
해외 인재 유치안도 마찬가지다. 상의는 베트남·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의 고급 두뇌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자고 했다. 생산가능 인구 감소 문제 등을 해결하고 납세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상의는 또 K푸드·컬처 등을 적극적으로 산업화하고, 전략적 해외 투자를 강화해 투자 소득을 창출하자고도 했다. ‘소프트머니’론이다. 역시 전향적 검토가 필요한 사안들이다.
옛말에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했다. 이른바 ‘먹사니즘’을 중시하는 정부라면 나라 곳간만 아니라 기업, 가계 곳간을 채울 방도도 찾아야 한다. 상의 제안에 길이 있을지도 모른다. 찬반이 갈릴 민감한 내용이 없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적어도 범사회적으로 숙고할 가치는 있다. 이 자명한 사실을 인정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