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의사 맞아?

입력 2025-06-24 20:57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유인철 안산유소아청소년과 원장

다운 증후군에 심장병이 있던 아이, 심장 수술을 했지만 심장의 여러 부분에 이상이 생기는 TOF(팔로사징)라는 복합 기형이라 완치가 안 된 아이, 그에 따라 호흡기와 순환기에 부담이 와 유행하는 병은 죄다 앓을 수밖에 없어 병원을 제집처럼 드나들던 아이, 외래건 병동이건 모르는 사람이 없고 나 역시 소아청소년과 인턴을 하면서부터 알고 있던 아이.

아이는 초등학생이 되고 몇 달 후 사망을 하는데 그때 내가 주치의였다. 토요일 오전 업무가 끝나고 북적대던 병동에 적막감마저 감도는 시간, 하지만 그 아이는 소아중환자실에서 호흡기에 의지한 채 생명을 이어가고 있었다. 심부전에 폐렴이 악화돼 패혈증 상태였고 난 주치의로서 퇴근을 못하고 대기해야 했다.

아빠는 학교 가는 아이가 대견하다며 최선을 다하고 싶다 했지만 주치의였던 난 희망의 끈을 놓쳐버렸고, 이쯤에서 끝내는 것이 차라리 좋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늦은 저녁쯤 심장마비가 왔고 어떤 처치에도 반응이 없었다. 드디어 줄 당직에서 해방이라며 홀가분한 마음으로 병원 문을 나섰는데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마음이 점점 무거워왔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했지만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 있다 허적허적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다. 벌써 그 아이의 침대는 말끔히 정리돼 있었고 이름표도 보이지 않았다. 그날 밤 난 당직실에서 너 의사 맞냐는 환청에 시달렸다.

그후 40년, 그 일은 의사로서 내가 어찌해야 하는지를 가리켜주는 방향타였고, 항상 옳았다. 그러지 않겠노라 다짐했었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연명치료에 매달렸고, 결과적으로 무의미한 고통들만 안겨준 끝에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난 지금, 난 40년 전으로 돌아가 연명치료에 대한 범사회적인 논의를 다시 해봐야 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유인철 안산유소아청소년과 원장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단독 ‘호남 반도체 시대’ 열린다…삼성·SK 500조 초대형 투자 추진
  • 코스피, 하루 만에 9100서 8200선 털썩⋯12%대↓ 삼전ㆍSK하닉 시총 520조 증발
  • 숙박비 무서워 못 떠난다…올여름 휴가 '짧고 가까운 곳으로' [데이터클립]
  • 단독 성수동 재개발 예정지 '땅 꺼짐'⋯주민들 "또 무너질까 불안"
  • HBM 부족해도 못 산다…AI 빅테크 '메모리 확보 전쟁'
  • “교섭은 계속, 파업 철회는 없다”…카카오 5개 노조, 2차 파업 초읽기
  • "이렇게 웃긴 그룹이었어?"⋯아이돌 웹예능 릴레이, 왜? [엔터로그]
  • 일본 엔화, 39년 내 최저치 근접…미·일 재무수장 긴급협의
  • 오늘의 상승종목

  • 06.23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3,996,000
    • -3.19%
    • 이더리움
    • 2,501,000
    • -4.36%
    • 비트코인 캐시
    • 286,600
    • -4.31%
    • 리플
    • 1,659
    • -3.04%
    • 솔라나
    • 104,000
    • -5.11%
    • 에이다
    • 227
    • -5.02%
    • 트론
    • 498
    • -0.8%
    • 스텔라루멘
    • 293
    • -5.48%
    • 비트코인에스브이
    • 16,960
    • -5.46%
    • 체인링크
    • 11,430
    • -4.11%
    • 샌드박스
    • 78.98
    • -5.99%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