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자회사 상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약개발, 첨단 진단기술, 건강기능식품 등 다양한 분야 자회사를 분할·상장함으로써 사업 가치를 시장에서 평가받고, 재원을 확보해 기업가치 제고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2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일동홀딩스는 자회사 일동바이오사이언스 지분 일부를 투자자에 매각하며 상장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일동홀딩스는 일동바이오사이언스 주식 380만9523주(지분율 47.6%)를 약 300억 원에 IBK키움사업재편사모투자 합자회사 등 투자자에게 매각한다고 23일 공시했다. 매각가격은 주당 7875원으로 전체 기업가치는 630억 원으로 평가됐다. 거래가 완료되면 일동홀딩스의 지분율은 기존 70.1%에서 22.5%로 줄어든다.
일동홀딩스 측은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기업과 주주 가치를 제고하고, 계열사 사업 추진 등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자본 시장에서 일동바이오시언스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고 외부 기관의 사전 투자를 유도함으로써 향후 계획된 일동바이오사이언스의 기업공개(IPO)를 활성화하는 기회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일동바이오사이언스는 2016년 일동제약에서 분할해 일동홀딩스의 계열사로 설립된 건강기능식품 연구·생산 전문기업이다. 일동홀딩스는 2028년 IPO를 목표로 일동바이오사이언스에 대한 투자 유치 및 상장 요건 충족에 나설 방침이다.
앞서 자회사 상장을 완료한 제약사들도 많다. 유한양행의 자회사이자 면역항암제 개발 전문기업인 이뮨온시아는 지난달 코스닥에 입성했다. 이뮨온시아는 면역항암제 ‘IMC-001’, ‘IMC-002’, 이중항체 기반 파이프라인 ‘IMC-201’, ‘IMC-202’ 등을 기반으로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2026년 글로벌 기술이전, 2029년 국내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유한양행이 설립 후 최초로 상장시킨 자회사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이뮨온시아는 유한양행이 미국 소렌토 테라퓨틱스(Sorrento Therapeutics)와 2016년 공동 설립한 바이오 벤처다. 2021년 중국 쓰리디 메디신(3D Medicines)과 IMC-002에 대해 최대 4억7050만 달러(약 6400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후속 거래와 글로벌 진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이다.
GC녹십자의 자회사인 GC지놈은 이달 11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액체생검·임상 유전체 분석 전문기업인 GC지놈은 2013년 설립됐다. 건강검진 검사, 산전·신생아검사, 암 정밀진단 검사, 유전 희귀질환 정밀진단 검사 등 300종 이상의 다양한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900개 이상 병·의원에 제공하고 있다. 총 공모금액은 420억 원으로 검사설비 증설, 검사실 확장, 서버 구축 등에 쓸 예정이다.
동국제약 자회사인 동국생명과학은 올해 2월 상장에 성공했다. 조영제 제조·판매 및 의료기기 유통기업인 동국생명과학은 약 5000억 원 규모 국내 조영제 시장에서 점유율 21%로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IPO로 조달한 자금은 글로벌 조영제 수요 증가에 따른 생산능력 확대와 제품 경쟁력 강화, 자기공명영상(MRI) 조영제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다.
제일약품의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지난해 12월 상장했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큐보’를 국산 37호 신약으로 허가받으며 R&D 경쟁력을 입증했다. 차세대 항암신약 ‘네수파립’도 임상 1상에서 안전성과 효능을 확보했고,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희귀의약품지정(ODD)을 받으며 글로벌 진출 기대를 높이고 있다.
반면 상장이 불발된 사례도 있다. 오스코텍의 자회사 제노스코는 지난해 기술특례상장을 청구했지만, 올해 4월 한국거래소에서 미승인 결정을 받았다. 상장 불발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모회사인 오스코텍과의 차별성이 부족해 ‘중복상장’ 우려가 제기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