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아진 2분기 실적 기대에 투심 주춤
“하반기 기술 경쟁력 확보 성과 관건”

코스피 지수가 3년 6개월 만에 ‘삼천피(3000p)’를 달성했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증시가 나타내는 활력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달 들어 20일까지 12.02% 상승한 3021.84포인트(p)에 마감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5.87% 오르며 지수에 비해 저조한 성과를 냈다. 14.91% 상승한 ‘KRX 반도체 지수’보다도 상승 폭이 낮다.
시가총액 352조2185억 원으로 유가증권시장 시총 1위인 국내 대표 대형주 삼성전자가 최근 코스피 3000p 돌파에 상대적으로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시총 2위(187조966억 원)인 ‘반도체 양대 산맥’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25.67% 급등했다.
코스피가 치솟는 와중에도 삼성전자 주가가 상대적으로 주춤한 이유로는 낮아진 올해 2분기 실적 기대감이 꼽힌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일 기준 삼성전자 2분기 컨센서스는 매출 76조8128억 원, 영업이익 6조8125억 원이다. 전 분기(매출 79조1405억 원·영업익 6조6863억 원) 대비 매출이 소폭 감소할 것으로 증권가는 전망하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도 6억 원 초반대로 점치는 증권사도 늘고 있다. △BNK투자증권 6조2400억 원 △IBK투자증권 6조1600억 원 △한화투자증권 6조1000억 원 △대신증권 6조870억 원 등이 이에 해당한다. 다올투자증권은 지난달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을 5조9490억 원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치가 낮아지는 배경에는 반도체 성과가 환율 등 영향으로 긍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깔려 있다. 최근 디(D)램 가격 폭등이 전체 매출에 기여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데다 낸드(NAND) 고객사 재고조정이 이어지는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영업이익을 2조7500억 원에서 2조800억 원으로 하향 조정한다”며 “비메모리 매출은 전 분기 대비 11% 증가하지만 비용 증가로 적자 규모가 거의 개선되지 못한 –2조3000억 원이 예상되며, 낸드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위주로 적자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이익이 컨벤셔널 디램 가격의 전반적 상승으로 전 분기 1조1000억 원에서 2분기 2조2000억 원으로 개선되겠지만, 환율 하락에 따른 부정적 효과와 파운드리 적자 개선 지연 등 악재로 이익 개선이 제한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진입이 지연된 점도 양호한 성적표를 기대하기 어렵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뒤처진 글로벌 반도체 기술 경쟁력을 단기간에 회복하기는 어려워 단기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요 북미 그래픽처리장치(GPU) 거래선향 진입 지연 영향을 고려해 연간 판매 전망을 65억 기가바이트(Gb)에서 55억 Gb로 하향한다”며 “HBM3e는 12단 시장 진입이 지연되고 있어 판매 부진이 지속하겠지만, 연내 진입이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진단했다.
다만 하반기부터 범용 디램과 낸드 고객사 수요 증가 등으로 삼성전자가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체질 개선’ 노력의 성과를 보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된다. 류 연구원은 “기출시한 낸드 V9의 경우, 적용 물질 변화 등 기술 변화를 통해 동작 속도를 추가 개선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HBM3e는 동작 속도와 같은 핵심 스펙을 충족시킨 것으로 보여 세부 특성 보완을 통해 연내 진입을 재차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