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지극히 사적인 일본'을 출간한 전 아사히신문 기자 나리카와 아야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혼자 취미로만 영화를 보다가 유학 생활을 거치고 나중에 일본에서 기자가 되어 부산국제영화제 등을 취재하면서 한국영화를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전직 기자, 통·번역가, 칼럼니스트, 영화학 박사 등 나리카와 아야를 수식하는 명함들이 많다. 프리랜서인 그는 현재 한국과 일본을 오가면서 다양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또 KBS 월드 라디오 일본어 프로그램 '컬쳐랩K'에서 한국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1982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그는 극장을 운영하던 부모 밑에서 자란 어머니 덕분에 어릴 적부터 영화를 가까이하며 성장했다. 고베대학교를 다니던 중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열린 해에 한국으로 유학을 왔다가 한국영화의 매력에 깊이 빠졌다. 이후 아사히신문 기자가 됐고, 줄곧 문화부에 있으면서 영화 관련 취재를 이어갔다.
특히 이창동 감독을 좋아한다는 나리카와 아야는 "내가 한국에 있을 때 영화 '오아시스'가 개봉했다. 인상적으로 보았다. 이후 이창동 감독님의 다른 작품인 '박하사탕'을 봤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1980년 5월 광주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았고, 자연스럽게 한국의 현대사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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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관심은 결국 그가 일본에서 기자를 그만두고 한국으로 건너와 영화를 제대로 공부하게 된 계기가 됐다. 그는 2017년 1월 아사히신문을 퇴사하고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석사 과정에 입학했다. 그리고 올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나리카와 아야가 쓴 이 책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일본 사회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그가 처음 한국에 여행을 온 순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양국을 오가며 느꼈던 감정들이 솔직한 언어로 서술되어 있다. 단순한 여행이나 문화 소비로는 인지할 수 없는 일본의 감정 구조, 정치적 맥락, 지역성과 역사 인식 등을 내부자의 통찰과 외부자의 관찰자적 시선으로 풀어낸 점이 인상적이다.
식민 지배, 자이니치(ざいにち : 재일 교포)에 대한 차별, 천황제, 독도 문제 등 민감한 이슈들에도 솔직하게 접근한다. 그는 "나는 일본의 편도, 한국의 편도 아니다. 그냥 국적이 일본인 사람"이라며 "사람들이 왜 그렇게까지 자신과 국가를 동일시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나리카와 아야는 한류의 확산 이후 변화한 일본 내 한국 인식에도 주목한다. 그는 "일본에서도 한국이 '문화 강국'이라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방탄소년단(BTS),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이 세계에서 정점을 찍었다는 걸 일본 사람들도 모를 수는 없다"라며 "최근에는 손예진과 현빈이 나온 '사랑의 불시착'이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에 대해서도 "일본도 소설은 여자들이 많이 읽는데,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한강 작가님의 작품은 일본 남성들도 많이 읽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한국 내에서는 하마구치 류스케, 미야케 쇼, 네오 소라 등 젊은 일본 감독들의 영화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서 그는 "한국은 아예 상업영화이거나 저예산 독립영화만 있는 것 같다.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사영화의 경우) 일본은 한국과 비교하면 제작 규모가 크지 않아서 그사이에 중소규모의 영화가 많고 그래서 좀 더 다양한 측면의 영화들이 있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인터뷰 끝에 나리카와 아야는 한국 생활에 도움을 준 친구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비자 문제로 힘들었을 때, 한국 친구들이 자기 일처럼 도와줬다. 출입국가서 직원들을 설득하고 화도 내줬다. 일본에서 이렇게까지 나한테 해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게 재밌고, 고맙기도 하다. 한국으로 건너온 일본인들이 하는 공통적인 얘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