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 확전 우려에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고물가와 내수침체, 수출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경제에 또다시 찬물을 끼얹는 요인이다.
17일(현지시간)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 근월물 종가는 배럴당 76.54달러로 전장보다 3.22달러(4.4%)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근월물 종가는 배럴당 74.84달러로 전장 대비 3.07달러(4.28%) 올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이후 최고치다. 중동은 전 세계 원유 생산의 3분의 1을 담당한다.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3번째로 원유 생산량이 많은 만큼, 중동 전쟁 추세에 따라 유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JP모건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유조선 공격 위험이 현실화하면 유가는 단기간 내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인도양과 페르시아만을 잇는 유일한 해상통로로 매일 2000만 배럴의 석유와 석유제품, 액화천연가스(LNG) 등이 이동하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에너지 수송로다. 만약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동 국가로부터 석유를 수입하는 국가들이 즉각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악의 시나리오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7.2원 오른 1379.9원에 출발해 1380원 선을 찍었다. 이날 주간 개장가 상승 폭은 미국의 상호관세와 중국의 맞불 관세로 관세전쟁 우려가 커졌던 4월 7일(27.9원) 이후 가장 컸다. 미국이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에 개입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위험자산 회피 분위기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주요국의 환율과 채권, 주식 시장이 연쇄적으로 흔들리면 부정적 여파는 큰 파장을 일으킨다. 한국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제조원가 인상으로 인한 기업 수익성 악화와 투자 위축 등의 문제도 각오해야 한다.
현재 경기 부진에 허덕이는 우리 경제 여건에서 유가 상승은 치명적이다. 실물경기는 4월 기준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줄어드는 ‘트리플 감소’가 나타날 정도로 좋지 않다. 한국 경제의 핵심인 수출은 지난달 1.3% 하락해 4개월 만에 감소로 전환했다. 한국의 음식료품 물가 수준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국 중 스위스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국내 외식 39품목 중 30종 가격은 지난 5년간 20% 넘게 올라, 외식 품목 대부분의 가격 상승률이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16.9%)을 앞질렀다. 이 와중에 국제 유가 급등세가 이어지면 물가 불안뿐 아니라 경상수지나 무역수지 악화를 불러올 것이다. 자칫 내수, 수출, 물가 모두 타격을 받아 이재명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기대하고 있는 경기 회복도 물 건너가게 된다.
올 하반기 우리 경제는 유가 상승→ 물가상승 → 소비위축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위험이 크다. 오일쇼크 등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두고 만반의 대책을 세워 충격을 줄여야 한다. 유가 재공습이 한국 경제를 다시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