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매년 내놓는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의 순위가 1년 전보다 일곱 단계 낮아진 27위를 기록했다. 기업 효율성과 인프라 등 기업인 설문 비중이 큰 분야에서 1년 전보다 순위가 크게 낮아졌다. 설문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사태의 여파로 기업 심리가 위축된 영향으로 해석된다.
IMD가 17일 발표한 ‘2025년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는 올해 평가에서 경제성과(16→11위)와 정부 효율성(39→31위) 순위는 상승했으나, 기업효율성(23→44위)과 인프라(11→21위)가 전체 순위를 끌어내렸다. 반도체 산업 주도권을 놓고 우리와 경쟁하는 대만은 6위, 한국의 중간재 수출 기지인 중국은 16위다. 주요 경쟁국들보다 한국의 국가 역량이 뒤처지고 있다는 뜻이다. 말레이시아(23위)에도 순위가 밀려 충격이 크다.
특히 점수가 크게 하락한 기업 효율성 분야에서는 경영 관행(28→55위), 태도·가치관(11→33위), 노동시장(31→53위), 생산성(33→45위), 금융(29→33위) 등 전 부문에서 순위가 떨어졌다. 경영 관행의 경우 기업의 기회·위협 대응(17→52위), 고객만족도 고려 정도(3→40위), 기업의 민첩성(9→46위) 등에 대한 설문조사 점수가 하락했다. 태도·가치관 분야에서는 세계화에 대한 인식(9→35위)과 외국문화에 개방적인 정도(22→56위) 순위가 급락한 점이 눈에 띈다. 강성 노조로 인해 위축된 기업활동을 비롯해 반기업·반시장 정책들과 지지부진한 구조개혁 등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문제는 내년에도 기업 효율성이 개선될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거대 야당에서 거대 여당으로 탈바꿈한 더불어민주당의 체질상 반시장·반기업 정책 폭주 가능성이 크다.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강성 노조 개혁 속도도 더디기만 하다. 노란봉투법이 대표적이다.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은 이미 두 차례 거부권에 막혀 폐기됐다.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했다. 노조와 노동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재계는 이 법이 통과되면 불법적인 노사 분규가 빈발할 것으로 우려한다.
주 4.5일제 공약 역시 기업에 큰 부담이다. 이재명 정부는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을 제시할 계획이다. 주 4.5일제를 거쳐 장기적으로 주 4일제로 나아간다는 복안에서다. 임금 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의 부담은 오롯이 기업이 진다. 대선 직후 발의된 상법 개정안은 기업들이 준비할 유예 기간도 없이 ‘법 공포 즉시’ 시행으로 규정했다.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특수관계인 의결권도 3%로 제한하는 등 기존 법안보다 규제가 더 강화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업 주도 성장’을 강조해왔다. 지금 시급한 것은 수출 입국의 주역인 기업들이 뛸 수 있도록 경제 살리기 법안들을 손보는 일이다. 규제 개혁, 생산성 회복 등도 급하다. 반시장·반기업 입법 폭주는 금물이다. 산업과 경제 구조 개혁에 나서면서 신산업 동력을 찾아야 한다. 규제 개혁과 노동시장 유연화 등 기업이 성장을 주도할 수 있는 분위기부터 조성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