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인희의 우문현답] 서울은 우리에게 어떤 곳일까

입력 2025-06-11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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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산업화시절 인구집중 심화에 몸살
시민 자부심 낮아도 ‘살고 싶은 곳’
행정수도가 탈출구될까 희망 품어

50여 년의 서울살이를 끝내고 세종시 조치원읍에 정착한 지 올해로 꼭 15년이 흘렀다. 서울을 떠나 보니 대한민국은 서울공화국이란 의미가 실감나게 다가온다. ‘서울 촌놈’이란 표현 속에 담긴 참 뜻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지난 해 강원도 평창에 갈 일이 생겨 조치원에서 평창까지 가는 방법을 검색해보니, 오송에서 KTX로 서울 가서 강릉행 KTX를 타는 것이 가장 빠르고 편리하다는 답이 올라왔다. 하기야 한국의 고속도로 표지판은 그곳에서 서울까지 몇 km 떨어져 있는지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지 않던가.

대한민국에서 서울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1949년 7.1%에 불과했으나, 1955~1966년 사이 7.3%에서 13.0%로 2배가량 증가했다. 이후 1975년에는 5명 중 1명(19.8%)이 서울 시민으로 편입되었고, 1990년에는 마침내 4명 중 1명(24.4%)이 서울 시민으로 이름을 올렸다. 현재는 완만한 감소세를 거친 후 대략 5명 중 1명이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

서울의 인구 팽창은 자연증가 대신 인구이동으로 인한 것임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타지에서 서울로 이주한 인구는 1975년 한 해에만 약 100만 명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고, 1983~1984년엔 177만 명, 1988~1989년엔 182만 명이 서울 시민이 되었다. 타지인 분포는 1975년 당시 전라남북도가 24.5%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경기도(20.9%)와 경상남북도(20.7%)가 뒤를 이었다. 1980년대 중반엔 경기도가 26.0%로 1위, 호남이 21.6%로 2위를 기록했고, 1980년대 후반엔 1위 경기도(40.0%)가 2위 호남(16.4%)을 큰 폭으로 앞섰다. 영남 인구의 서울 유입은 1980년대 중반 13.1%, 1980년대 후반 9.4%로,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을 보였다.

그 결과 197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서울 사투리를 쓰는 소위 ‘서울 토박이’ 비율이 크게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식 음식이나 서울식 예절이 다양한 지역의 문화와 섞이고, 서울 시민이란 정체성 또한 모호해졌을 것이다.

한데 그때 그 시절 왜 서울로 물밀 듯이 밀려왔을까 새삼 궁금증이 고개를 든다. 표면적 이유로는 그래도 풍부한 일자리가 있었다는 사실이 주효했을 테고, 종로와 명동거리를 중심으로 꽃피기 시작한 대중문화도 매력적 유인책이 됐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 좋은 학군과 번성하는 학원가 그리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아파트값이 장점으로 추가됐을 것이다.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내라”는 속담도 있듯이 서울을 향한 동경은 그 뿌리가 깊지만, 막상 서울살이는 ‘한잔 술에 설움을 타서 마셔도 마음은 고향하늘로 달려가던’ 뿌리 뽑힌 고달픈 삶이었다. 그럼에도 서울을 고집했던 밑바닥에는 어렵사리 올라온 서울에서 밀려나는 건 낙오자가 되는 것이기에 끝까지 버텨야한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었던 듯하다.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미혼 남녀에게 서울시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는지 물었다. 이에 동의하는 비율은 가까스로 절반을 넘어 ‘매우 그렇다’ 6.3%, ‘그렇다’ 46.7%로 나타났다. 강남, 서초, 송파구 주민만 자부심을 느낀다고 답한 비율이 67%로 현저히 높았음은 불편하면서도 눈에 띄는 결과였다. 내집 마련이 요원한 현실 앞에서 결혼을 망설이는 이들은 남녀 불문하고 10명 중 8명이 10년 후에도 서울에 거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서울시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끼진 않더라도 서울 거주를 고수하겠다는 정서에 눈길이 간다.

선거 때마다 예외없이 반복되어온 공약, 세종시를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만들겠다는 그 공약 덕분에 세종시민은 이번에도 희망고문을 이어갈 것이 분명하다. 서울의 경험이 공약을 실현함에 묘책을 찾는 통로가 되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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