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주요 우량채(지방채·공사채·은행채·여전채) 발행 잔액은 총 979조8360억 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 988조1620억 원보다 소폭 감소한 수준이지만, 연초 효과로 일시적으로 차환이 증가해 발행 잔액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공공 부문의 채권 잔액은 2021년부터 매년 약 50조 원씩 꾸준히 증가 추세를 그리고 있다. 2021년 약 853조 원에서 최근 4년간 채권 잔액이 15% 가까이 증가했고, 2023년 말에는 처음으로 900조 원을 돌파했다. 올 연말에는 공공 부문 채권 잔액이 100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량채 발행 잔액은 지방정부, 공기업, 준정부기관, 개발공사, 금융회사 등이 발행한 채권을 모두 합친 금액을 뜻한다. 새 정부의 정책 관련 공약을 보면 정부가 사회 전반에 걸쳐 공공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공기업, 은행, 여전사 등 공공 부문 및 금융회사의 공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부동산 부문은 도심지 철도 지하화와 수도권·지방권 광역급행철도 확대 등 토건 사업 정책이 다수 예고되면서 한국주택금융공사(HF), 지방 공기업이 자금 조달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국유 재산인 철도 부지를 담보로 채권을 발행하고 민간 자본시장에서 비용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확장 추진과 5차 국가철도망 계획까지 고려하면 국가철도공단 등 철도 공기업 채권 발행 또한 향후 몇 년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역할이 강화하면서 LH채권 발행 물량 급증이 예상된다. 3기 신도시를 포함해 대규모 임대아파트 등 공공주택 분양 증가가 예고됐다. LH 부채총계는 2020년 말 130조 원에서 작년 말 160조 원으로 증가했다. 작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는 LH 부채비율 목표를 2027년 208%에서 2028년 232%로 높이는 방안이 승인되기도 했다. 12·3 비상계엄 피해 소상공인 지원 방안, 새출발 기금 자격 완화 등에 따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채권 발행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우량 공사채 발행 확대는 회사채 투자 수요 감소를 부르는 ‘구축효과’를 불러온다. 신용도가 높은 정부 또는 공공 기관이 발행하는 채권은 보험사,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기관 투자자들이 한정된 자금을 비교적 안정적인 공사채에 먼저 투자하면, 회사채에 투자할 자금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는 회사채 신용 스프레드(국고채-회사채 금리차) 확대로 이어지고, 기업 자금 조달에 수급 및 금리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반도체, 로봇, 에너지 등 신사업 투자를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공사채 및 은행채 발행 물량 증가는 회사채 수요 축소로 이어져 자금 조달 부담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